장사는 이문을 남기기 위해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배우는 장사라도 장사가 이문이 남지 않는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풍원이는 무엇이 문제인가를 곰곰이 따져보았다. 첫째는 거리였다. 충주와 연풍은 하루 장사 거리로는 먼 편이었다.

풍원이가 신새벽에 윤 객주 상전을 출발해 거의 종일을 걸어 도착했다. 낮에 장사를 하고 밤새 걸어 다음 날 보는 향시라면 충주와 연풍간의 거리는 장돌뱅이들이 도무지 볼 수 없는 장이었다.

보통 향시와 다음 장이 열리는 향시와의 거리는 밤새 걸어 닿을 수 있는 사오십리 길이었다. 충주와 연풍은 그 배가 넘는 길이었다. 거리가 멀면 먼만큼 길바닥에 까는 경비도 늘어나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풍원이는 연풍 향시도 아니고 연풍 향시와는 멀리 떨어진 두메를 다니며 소금을 팔 작정이었다. 향시라면 팔다 남은 소금을 다른 소금장수에게 넘기고 돌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풍원이는 그럴 수도 없는 일이었다. 소금이 몽땅 팔릴 때까지는 죽으나 사나 발품을 팔며 두메로 두메로 사람들을 찾아다녀야하니 몇 날 며칠이 걸릴지는 귀신도 모를 일이었다. 둘째는 품목이었다. 소금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임에는 틀림없었지만 값이 싼 것이 문제였다. 좁쌀 골 만 번 굴러봐야 수박 한 번 구르니만 못한 이치였다. 소금은 필요하기는 하지만 한꺼번에 많이 쓰이는 것이 아니라 양념으로 조금씩 쓰이는 것이니 한 번 사놓으면 한참을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이었다. 모두가 쓰는 물건이었지만 한꺼번에 많이 쓰이는 물건은 아니었다. 굴곡이 없이 근하게 나가는 물건이었다. 우갑 노인이 말했던 만년구짜 장사가 소금장사였다.

그러나 그것은 앉은장사를 하거나 가까운 곳을 도는 장돌뱅이들에게나 소용되는 말이었다. 풍원이처럼 먼 거리를 걸어와서 며칠씩이나 먹고 자며 팔 물건은 아니었다. 풍원이는 값이 싼 물건은 단 기간에 대량으로 팔아야 많은 이득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소금은 전혀 그런 장사 품목이 아니었다. 풍원이가 소금을 팔러 연풍까지 행상을 나온 결정은 어느 모로 보나 최악의 결정이었다. 그렇다고 소금 섬을 지고 충주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왔으니 어떻게 하든 처분을 하고 가야했다.

“아재들은 무슨 장사를 하시는가요?”

나그네들은 무슨 장사를 하는지 궁금해 풍원이가 물었다.

“장사다.”

 그러고 보니 나그네들 옆에는 보자기에 싸여있는 한 발쯤 되는 궤가 놓여있었다. 

“어디로 가는 길인가요?”

“도성으로 가는 길이다.”

“뭘 파는데 한양까지 가나요?”

“모물, 골물이다.”

나그네가 손가락으로 보퉁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골물 갖고 그 먼 한양까지 간단 말인가요?”

모물과 골물이라면 짐승 가죽과 뼈를 말하는 것이었다. 가죽이야 값이 나가는 물건이니 그렇다손 쳐도 골물이야 돈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한양가지 간다니 풍원이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풍원이에게 돈도 되지 않는 소금을 지고 멀리 왔다고 비웃더니 나그네들이 더 황당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호랑이 뼈하고, 이백 년은 족히 넘는 삼이 들어있다.”

나그네가 주변을 살피더니 풍원이 쪽으로 고개를 빼며 속닥거렸다.

호랑이 뼈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호랑이 뼈는 귀한 약재였다. 그렇지만 이백년이 넘었을 정도로 오래 묵은 산삼이라면 금을 정할 수 없는 귀하고도 약재였다.

“그런 귀한 물건을 어디서 구했답니까?”

“실은 우리는 문경서 약재상을 하는 형제라네. 소를 잡아먹으러 마을에 내려온 호랑이를 사람들이 붙잡았는데 가죽하고 대가리는 관아에 공물로 바치고 남은 뼈를 구한 것이고, 삼은 대미산 심마니가 캤다는 소문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가서 사들였다네.”

“그런 삼은 얼마에 샀나요?”

“백 오십 냥이다.”

“백 오십 냥이요?”

풍원이가 약재상으로부터 산삼 값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것도 사들인 가격이 그러했다. 이문을 반만 붙여도 삼백 냥이었다. 삼백 냥이면 풍원이가 지고 온 소금으로 치면 일백 섬이 넘는 값이었다. 풍원이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산삼 장사에 비하면 풍원이 소금 장사는 좁쌀 장사였다.

“세상에 그런 비싼 물건을 사서 쓰는 사람들이 있는가요?”

풍원이는 삼백 냥을 주고 산삼을 사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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