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명 희   이명희 민화연구소

 

세상에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수 많은 종류의 직업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는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으로 의사,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이 인기가 있다 한다.

 

이들에게 딸을 시집 보내려면 열쇠 몇 개를 지참해야 할 정도로 선망의 직종이다.

 

요즈음 남편의 당뇨 합병증으로 병간호를 하며 알게 된 직업이 간병인이다. 우리 병실에는 젊어서 한 인물 했을 법한 할아버지 몇 분과 천식을 앓고 있는 시골 아저씨가 함께 치료를 받고 있다.

 

세 할아버지의 자식들은 무슨 직업을 가지고들 있는지 주말에 잠깐 들러 얼굴을 비칠 뿐, 간병인 아주머니들이 간호를 하고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쏟는 사랑의 십 분의 일만 자식이 부모에게 쏟아도 효자라 하지 않던가!

 

부모를 손수 돌보지 않고 남에게 맡기는 자식들이 좋게만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 또한 맞벌이 부부로 바쁜 일상으로 그렇게 해야만 하는 마음도 편치 않으리라 생각한다. 

 

할아버지들의 얼굴에는 몇 십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이제는 힘없고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와 같아 타인의 도움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한결같이 코로 줄을 연결하여 영양식을 먹고 혼자서는 대소변도 가릴 수 없는 생의 막바지에 와있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을 간병한다는 것은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다.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는 분들을 정성껏 씻기고 고약한 냄새의 대소변을 아무렇지도 않게 치워내는 아주머니들을 볼 때 예사롭지가 않았다.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간병인으로서의 사명감이 없이는 단 하루도 해낼 수 없을 것만 같다.

 

한 아주머니는 환자를 자신의 자식 안 듯 하고 어루만진다.

 

“우리 할아버지가 오늘은 천사같이 예쁠까?”

 

할아버지의 얼굴은 금세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비위가 상할 것 같은 욕창자리를 씻기고 소독하고 가래를 빼주고, 하루가 바쁘게 살아가는 그분들을 통해 그동안 나태함과 이기적인 생각으로 살아온 자신을 생각하니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힘이 닿는 날까지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그분은 결코 돈을 보고는 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워도 3D 업종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인해 실업인구가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하루쯤 병실에 와서 간병인들을 보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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