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정치 인생을 좌우할 때가 많다. 생각 없이 내뱉는 정치인들의 실언으로 많은 국민들이 상처를 입거나 공분을 사는 사례가 빈번하다. 최근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의 학교 급식실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막말발언이 한 사례다.

이처럼 정치인들의 말로 인한 실책은 비일비재하다. 중요한 것은 막말이 단순한 실수로 인한 일회성 막말이었는지, 아니면 평상시 생각이나 가치관의 표현이었는지가 중요하다. 대략 말의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는 판단이 가능하다.

다음 중요한 것은 막말 후 사과의 방법이다. 단순한 실수로 인한 막말이든지, 가치관의 표현으로 인한 막말이든지, 말을 내뱉은 당사자가 사과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국민 앞에 사죄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모든 사과에는 뒤에 변명이 따라 붙지 말아야 한다. 변명을 하더라도 사과를 받아들이는 국민이 일단 사과를 먼저 받고 그 사과를 인정한 후 시간이 흐른 후 필요하다면 자신의 변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사과와 함께 자신들의 입장 변명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그랬고 최근 불거진 김학철 충북도의원의 사죄와 변명이 그랬다.   

충북지역의 심각한 수해재난에도 불구하고 외유성 연수를 떠났다 중단하고 되돌아온 김학철 충북도의원(자유한국당, 충주1)의 경우 돌아오자마자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보면 김 의원이 사죄는커녕 오히려 화를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 의원은 국민을 ‘레밍(들쥐)’에 빗댄 발언에 대해 언론이 왜곡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연수가 논란이 된 근본책임은 언론에 있다며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대한민국의 언론들이 바로 그 레밍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라며 다시 한 번 대한민국 언론을 향해 ‘레밍’발언을 쏟아냈다. 비난받는 자신의 행위를 언론 탓으로 돌린 것이다. 김 의원은 그런 인터뷰를 마치고 충북도청에서는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무엇이 그의 진정성인지 알 수 없는 대목이다.

정치적 지역구인 충북이 수해피해를 입어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피해복구를 돕고 있는 와중에,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난 의원들에 대한 언론의 비난은 당연하다. 언론의 비난은 단지 화젯거리 차원의 비난이 아니다. 수해를 입고 복구에 땀 흘리는 주민들의 성난 민심을 대변한 것이다. 충북 청주지역이 역사 이래 드믄 재난피해를 입은 사태다. 이를 외면한 도의원들에게 질타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역할이다. 김 의원의 주장대로 문화와 관광 관련 선진 시스템을 배우기 위한 연수라면 일을 마치고 돌아와 분명하게 해명하면 될 일이었다. 되돌아왔다는 것은 미루거나 취소할 수도 있었던 일을 강행했다는 것을 방증해줄 뿐이다.

언론의 질타가 두려워 돌아온 것인지, 성난 민심이 두려워 돌아온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의 질타나 성난 민심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뒤따라 붙는 변명은 다음기회로 미루고 오직 ‘사죄’만 했어야 했다. 기왕에 되돌아온 사람이 사죄와 함께 남의 탓하는 변명을 늘어놓는 일은 도민을 우롱하는 일이며 자신이 비겁하고 이중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해줄 뿐이다. 김 의원의 실언이 단순한 말실수가 아닌 평소 가치관임을 확연히 하는 일이가도 하다. 김 의원은 사죄나 변명 중 한 가지만 제대로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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