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끼야 냈으면 험표가 있어야지, 내놔봐!”

무뢰배들이 풍원이를 둘러싸며 겁박했다.

“험표는 안 주던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요?”

풍원이가 무뢰배들의 엄포에 기가 죽어 말했다.

“안 냈으니까 험표를 못 받았지, 뭘 어떻해. 내야지!”

“정말 고수머리가 와서 장세라고 받아갔는데…….”

“거짓뿌렁으로 자꾸 승질 돋구지 말고 장세 내고 속 편하게 장사 혀! 이거 다 몇 말이여?”

무뢰배가 주먹으로 풍원이의 소금 섬을 팍팍 치며 물었다.

“반 섬입니다.”

“본래 장세는 가진 물건의 일할인데, 험표도 없이 장사를 한 벌금 일 할을 더 합해 이 할을 도가에 내야한다!”

풍원이 따귀를 때렸던 무뢰배가 강압적으로 말했다. 아마도 그놈이 무뢰배들 중 대방인 듯 했다. 깡마른 체격에 눈초리가 이마까지 째진 녀석은 몸집으로만 보면 땅땅한 풍원이보다 훨씬 호리호리했다.

“이 할이요?”

풍원이가 깜짝 놀랐다. 무뢰배들이 요구하는 대로 이 할을 모두 낸다면 풍원이가 내야하는 것은 소금 다섯 말 중 한 말이었다. 전체의 오분의 일을 험표 값으로 낸다면 나머지 소금을 다 팔아도 남을 것이 없으리란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첫 장사를 해보려고 받아온 소금인데 팔아보지도 못하고 남에게 빼앗긴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억울했다.

“그렇게는 못 합니다!”

풍원이가 버텼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장바닥에 와서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기만 하다가는 장사고 나발이고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강하게 대거리를 해야만 상대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 남에 장에 와서 규약도 후정거려놓고 장세도 벌금도 못 내겠다고? 그럼 한 번 해보겠다는 거지!”

대방 무뢰배가 엄포를 놓았다.

“장사는 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장세부터 뜯는 거요. 장 감고한테 고발할 테요!”

풍원이가 장을 감시하는 감고에게 고발을 한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장 감고? 장 감고 오기 전에 네 놈이 먼저 우리 손에 죽을 것이다! 애들아, 저 놈 멱서리에서 장세를 거둬!”

대장 무뢰배가 장 감고라는 말에도 코웃음을 치며 다른 무뢰배들에게 말했다. 무뢰배들이 풍원이 지게에 달려들어 소금 섬을 낚아채 주둥이를 열려고 했다. 풍원이가 잽싸게 달려들어 무뢰배 한 놈의 허리를 감아쥐며 내동댕이쳤다. 무뢰배들이 장바닥에 나가떨어졌다. 갑작스런 대항에 무뢰배들이 움찔했다.

“절대 장세는 못 내!”

풍원이가 지게 앞을 버티고 서서 악을 썼다.

“네놈이 기어코 본때를 한번 보겠다는 거구나!”

대방 무뢰배가 눈꼬리를 치켜 올리며 풍원이 앞으로 다가섰다. 순간 메뚜기처럼 땅바닥을 차며 공중으로 튕겨 오르더니 발바닥으로 풍원이 양 따귀를 사정없이 내질렀다.

“어이쿠!”

풍원이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순식간이었다. 이제 막 장사를 시작한 풍원이가 장터에서 닳고 닳은 무뢰배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풍원이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터벅터벅 걸었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올랐다. 살미장에 소금을 팔러갔다가 소금을 팔기는커녕 멱서리 주둥이는 열어보지도 못하고, 소금을 사라고 소리 한 번 질러보지 못하고 매만 맞고 돌아가는 풍원이는 무참했다. 무뢰배들을 떠올리면 부아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 도대체 뭐를 잘못하여 그놈들에게 앰한 매를 맞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명천지에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도 어디 한 곳에라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마음대로 할 수만 있다면 무뢰배 놈들을 갈기갈기 각을 떠버리고 싶었다. 분한 마음에 입에서는 생병 앓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어떻게라도 떨쳐보려고 해도 억울한 생각은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었다. 혼자 해보는 첫 장사라 두렵고 막막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침에 윤 객주 상전을 떠나올 때는 어떤 기대감으로 가슴이 설레기도 했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길은 떠나올 때보다 더 막막하고 두려웠다. 자신감도 잃어버렸다. 장사가 이런 거라면 앞으로 도무지 헤쳐 나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발 밑 아래 어둠 속에서 달천강 물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자신에게만 세상의 어려운 일이 닥치는 것만 같았다. 자신에게는 앞으로도 절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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