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며칠 전 담당하고 있는 형사사건의 재판을 위해 인천지방법원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통 재판을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간접적으로 접하다 보니 형사재판은 많은 방청객 속에서 검찰과 변호인의 열띤 구두 변론 속에 진행되리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형사재판은 재판부, 검찰, 변호인, 피고인만이 모여 미리 준비한 내용을 바탕으로 간략히 의견을 밝혀가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진행이 됩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일반인들은 약간은 실망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효율적인 시간의 활용을 위해 미리 사전적 준비를 통한 것일 뿐 그 재판이 의미가 없다거나 변호인의 성의가 없다는 것은 아니므로 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마치 호수위의 백조는 유유히 떠다는 것 같으나 물속에서는 엄청난 물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방문한 그날은 바로 옆 법정이 법원 내에서 가장 큰 대법정임에도 불구하고 방청권을 공개 추첨해야 할 정도로 방청객이 많았고 상당히 소란스러운 것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광경은 이례적인 것이기에 무슨 사건 때문에 그런가 하고 재판목록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목록을 확인하자마자 인천에서 발생한 너무나도 잔인한 방법으로 어린 아이를 살해한 사건임을 알 수 있었고 한 순간 목이 메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기록을 확인하지 못하여 법조인으로써 그 법리적 당부에 대해서는 알지는 못하고 언론으로부터 전해 듣는 정도인바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도 법조인이기 이전에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그 소식을 접하자마자 마음속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언론을 통해서 전해 듣는 피해자 어머니의 증언내용을 보면서 그 슬픔을 공유하고 한편으로는 좀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주지 못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한계를 곱씹어 보고는 합니다.

가끔 받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입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는 답변하지 못합니다. 저 또한 법조인이기 이전에 감정을 가진 보통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으로도 살인사건 변론을 마치고 나오면서 어떻게 그런 사건의 변론을 맡을 수 있냐며 울부짖으며 멱살을 잡던 피해자의 유가족들에게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하고 마치 같이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아마도 이러한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마치 천형처럼 변호사라면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것이 제 답변일수 있겠습니다. 복잡한 이유를 떠나서 그것은 대한민국에서 변호사라는 자격을 부여받음과 동시에 해야만 하는 숙명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가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사건과 관련하여 변호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맹비난을 받거나 심지어는 그러한 부담 때문에 변호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변호인 또한 인간이기에 아무런 감정 없이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비단 변호인뿐만 아니라 엄히 단죄를 해야 하는 재판부나 검찰 또한 이러한 사건 앞에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법조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써 큰 슬픔이 마치 제가 느끼는 것처럼 그들을 짓누르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법조인의 천형처럼 그 소임에 맡게 검찰은 피고인의 죄를 입증하고 변호인은 조력하며 법원의 준엄한 판단아래 그 죗값을 묻게 해야만 하는 숙명 앞에 애써 감추고 있을 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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