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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영의 고전 산책] 나랏일은 거창한 시작보다 깨끗한 마무리가 중요하다
고전 번역가
2017년 07월 17일 (월) 16:45:22 충청매일 webmaster@ccdn.co.kr
   

고대의 전쟁은 유목민족이 농경민족을 쳐들어가 약탈을 일삼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였다. 이후 국가가 수립되면서 전쟁의 규모가 커졌고 더욱 참혹해졌다. 이긴 나라는 패한 나라의 군인과 백성들을 모두 제거하여 더 이상 전쟁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적을 남겨둔다는 것은 이후의 위험하고 두려운 일이라 철저히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된 현대적인 사례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전략 폭격기를 이용해 독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였다. 이로 인해 독일은 철저히 패망하고 말았다. 또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여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다. 이외에 베트남전쟁에서 세균무기, 화학무기를 사용하여 모조리 죽이고 모조리 파괴하고자 하였다. 적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비록 군사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적을 초토화시키는 장점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당(唐)나라 태종은 이정(李靖)을 총사령관으로 하여 돌궐을 공격하도록 했다. 그 무렵 돌궐은 기회 있을 때마다 국경을 쳐들어와 당나라를 괴롭혔다. 이에 태종이 크게 결심하여 돌궐을 뿌리 뽑고자 한 것이다. 대규모 당나라 군대가 쳐들어가자 돌궐은 쉽게 무너졌다. 돌궐의 우두머리 힐리는 즉각 항복을 하고 돌궐을 당나라에 복속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태종이 그 뜻을 받아들여 전투를 중단하고 돌궐에 화친 사절을 보냈다. 그러나 이정은 돌궐의 약속을 믿지 않았다. 부하 장수 장공근(張公謹)에게 정예병 1만 명을 주어 돌궐을 기습 공격하여 섬멸하도록 했다. 이에 장공근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황제께서 돌궐의 귀속을 허락하시고 화친 사절까지 보냈는데, 어떻게 그들을 칠 수 있습니까?” 그러자 이정이 말했다.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돌궐과 화친으로 끝낸다면 후환이 더 클 것이다.”

이에 장공근이 군사를 이끌고 출격하여 음산에서 돌궐의 수비병 1천여 명을 포로로 잡았다. 그리고 힐리가 머무는 도성을 향해 다시 진격했다. 한편 그 즈음 힐리는 당나라 사신의 예방을 받고 몹시 기뻐하고 있었다. 당나라 군대가 달려오리라고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주연이 한참 베풀어질 무렵에 함성 소리와 함께 당나라 군대가 성안으로 들이닥쳤다. 돌궐은 전열을 가다듬을 틈도 없었고 한순간 우왕좌왕 혼란에 빠졌다. 당나라 군대는 파죽지세로 공격하여 돌궐 병사 1만 명을 죽이고 남녀 10만 명을 포로로 잡았다. 이때 우두머리 힐리의 아들이 사로 잡혔고, 힐리의 아내는 살해되었다. 힐리는 성문 뒤쪽으로 간신히 도주했으나 얼마 못가서 당나라 추격대에게 붙잡혀 그 자리에서 목이 달아났다. 이후로 돌궐은 그 세력이 약해져 감히 당나라 변방을 쳐들어가거나 괴롭히는 일이 없었다. 이는 이정(李靖)이 저술한 병법서‘이위공문대’에 있는 이야기이다.

선후처치(善後處置)란 일이 잘되도록 분위기나 상황을 만들고 이어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것을 말한다. 후환이 없도록 일을 깨끗이 처리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나랏일은 그 시작이 항상 거창하다. 하지만 조금 지나다보면 당리당략에 따라 본질은 훼손되고 의미는 퇴색된다. 국민적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때 마무리를 잘할 수 있다. 성공한 대통령은 모두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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