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아동문학가

요사이 대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행동을 보면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세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다 보니 내가 빨리 변해야 할 부문도 있지만, 사회 통념상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문도 많다. 남녀학생이 손잡고 교정을 걸어 다니는 것이야 지금 누가 잘못된 행동이라고 하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수업시간에 남녀가 같이 앉아 수업시간 내내 소곤거리는 모습은 물론 과도한 스킨십은 참 가관이다.

처음엔 저러다 말겠지 하고 참아 보지만 자꾸만 그들의 모습이 거슬려 강의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이보게 학생, 강의실이 무슨 데이트 장소로 보이나? 자네들 좋다고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지. 계속 그런 태도로 수업을 받으려면 당장 나가게!“라고 소리를 지르자 두 학생은 깜짝 놀라 나를 빤히 쳐다본다. 마치 “제가 선생님께 혼날 만큼 큰 잘못을 했나요?“라고 되묻는 것 같다. 그들 얼굴을 보며 혹시 내가 너무 심한 잣대를 적용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의 표정을 읽어 보면 결코 내가 실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지난주에 생긴 일이다. 가게에서 전구 하나를 사고 건널목에 서 있으려니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나도 모르게 무단횡단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교회 다니는 어린이가 본 모양이다. 저녁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한 어린이가 나에게 오더니 조그마한 소리로 말했다. “장로님, 장로님은 왜 빨간불인데 건널목을 건넜어요? 목사님께서 교회 다니는 사람은 꼭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하셨는데…” 나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린이에게 부끄러워서 “내가 그랬어? 허허 미안하구나”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나이로 보아 사회적 위치로 보아 내가 어른은 어른인데 가끔 철없고 부끄러운 일을 하니 아직 어른이 되려면 더 많은 세월이 필요할 것 같다. 남의 실수나 잘못을 보면 입이 간질거리고, 눈동자가 커지지만 나의 실수나 잘못은 자기 합리화를 해서 대충 넘어가는 습관이 아직도 살아 움직이니 어찌 내가 어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지난주 종교단체에서 하는 세미나에 참석하였다. 전국에서 어른이라고 하는 분들이 약 5천 명 정도 모였는데 질서의식은 볼만했다. 서로 먼저 차를 타겠다고 또 먼저 식사를 하겠다고 이리 몰려가고 저리 몰려가고. 세미나 중에도 주위와 상관없이 휴대전화를 걸고 받는 것을 보면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왜냐하면, 그들이나 나나 사회에 나가면 사람들로부터 어른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어느 독서모임에서 한국사회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이다. 어떤 젊은이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나라에는 어린이도 있고, 어른이도 있어요. 어른은 어른인데 어린이와 같은 언행을 하시는 분을 우리는 어른이라고 부르죠.”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맞장구를 쳤다. “맞아, 이 세상은 젊은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이 문제야. 너나 내나 어른다운 어른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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