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역사 거스르기’가 노골화되고 있다. 일본 각료·정치인 60여명은 광복절인 지난 15일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지도층의 신사참배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씁쓸하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2차 대전의 A급 전범(戰犯)들이 합사돼 있다. 역사망언을 계속해온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는 이날 일본 왕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의 역사 패권주의는 갈수록 태산이다. 중국은 고구려사에 이어 고려사까지 왜곡하려 하고 있다. ‘동북공정’은 중국 중앙정부와 무관하다는 게 지금까지 중국 외교부의 공식적 입장이었다. 그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의 신문과 연구기관 자료들에 따르면 동북공정은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최고위 지도자들에 의해 승인돼 추진되고 있다. 고구려사 왜곡을 위해 국가 지도자가 직접 나서고 있는 셈이다.

촛불시위 찾아 볼 수 없다

중국은 지금 ‘고구려가 자기 역사’라는 ‘떼법’을 국제사회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 터무니없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게 됐다. 그러고 있다간 중국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기정 사실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본의 자국 역사 왜곡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이중적 태도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반도는 아직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안보위험지역이다. 미국·중국 모두 현실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안보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냉엄한 현실이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반미(反美)를 부르짖고 중국에 다가가면서 그걸 애국이라고 착각하기도 했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게 국제적 생존논리다. 동맹관계는 맺을 수도, 깨질 수도 있다. 중국은 12년 전 대한민국과 수교이후 현재까지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역사왜곡과 함께 그 환상은 깨지고 있다. 환상의 깨어짐이 아프다고 ‘역사 도둑질’을 방관할 순 없다.

미국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비슷한 일을 획책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특정 세력의 목적과 의도대로 반미를 외치는 촛불시위는 오랫동안 지속됐을 것이다. 그런데 반중을 외치는 촛불시위는 찾아볼 수 없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동맹국인 미국보다 중국을 중시해 왔던 여권의 일부 386세대 의원들도 중국의 패권주의 행태를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우방’이라는 순진한 믿음은 중국의 ‘역사 훔치기’로 여지없이 깨졌다. 어쩌면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중국의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중국의 경제·사회 발전 수준이 대한민국에 못 미친다는 섣부른 예단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우쭐해 왔다. 일자리를 찾아 대한민국을 찾은 조선족 동포의 곤궁한 모습을 중국의 모습으로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한류(韓流)’ 열풍은 특히 대중 착시현상을 심화시키는 데 한몫 했다.

중국의 역사왜곡은 몽외(夢外)의 사건이 아니다. 철저하게 준비된 고의적 사건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중국 정부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중장기적 노력만 하다가는 중국의 변방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광복 59주년 8·15 경축사에서 “우리의 역사와 영토를 지킬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다”고 발언했다. 어떤 힘과 방법으로 역사를 지켜나가려 하는지 궁금하다.

환상에서 빨리 깨어나야

조국의 근본 요체는 조상이며 곧 역사다. 먼 선조들의 기억과 추억, 아픔과 향기까지 모두 역사 속에 포함된다. 역사적으로 중국에 당한 것은 일본 이상으로 혹독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극일(克日)을 부르짖듯 극중(克中)을 강조하지 않았다. 1992년 수교 후 비교적 무난했던 한중 우호로 잊기엔 지난 역사가 너무 쓰라리다. 지금의 역사왜곡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국제 정치·경제 측면에서 우리에게 아주 중요하다. 경제성장과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중국과 협력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중국의 부상은 동반 발전일 수 있다. 동시에 위협이기도 하다. 그들이 꿈꾸는 ‘중화(中華)의 세기’ 논리는 패권주의다. 패권주의는 곧 중국이 추구하는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자칫 그들의 ‘중화(中華)’가 우리에게‘중화(中禍)’가 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국가주석까지 나서 역사를 왜곡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중국 정부의 조직적인 고구려사 왜곡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음을 천명해야 한다. 역사왜곡은 엄연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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