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해 임명 강행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국 경색을 우려한 여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송영무(국방부), 조대엽(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며칠 보류했을 뿐 임명 의지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이어 인사청문회 채택이 거부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전원 임명을 이어가게 된다. 정국은 더욱 심한 냉각기로 접어들 것이고, 인사청문회는 ‘참고용’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이 비등할 가능성이 크다.

인사청문회는 2000년 6월 처음으로 도입됐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대한 의회의 견제와 균형이 목표였다. 2003년 1월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주요 권력기관장이 대상에 포함됐고 2005년 7월에는 국회법 개정으로 모든 국무위원 후보자가 검증 대상이 됐다.

현재 인사청문을 받아야 하는 대상자는 모두 63명에 이른다. 다만 장관은 국회가 반대해도 10일이 지나면 언제든지 장관 임명을 할 수 있다. 입법 기관이 행정 기관 수장의 인사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때 생길 수 있는 행정 마비 같은 부작용을 우려해 법적으로 장관 인사를 법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인사청문회 자체를 무력화 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후보자의 정책 수행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도덕성 검증에 집중되면서 청문회가 여야간 정치 공방과 뒷거래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후보자를 흠집 내는데 매달리고, 여당은 옹호하기에 바쁘다. 그나마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의견을 내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그만이다. 요식행위로 전락한 청문회를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는 이 같은 한계만 극복한다면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게 분명하다. 국가를 운영할 책임자들을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달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도 어떻게 보면 인사청문회가 반드시 필요한 제도였다는 사실을 증면한 셈이다. 안 후보자는 당시 청문회를 앞두고 성 인식, 아들 특혜, 위조 혼인 등 각종 논란이 커지면서 상황이 악화되자 스스로 접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미국·독일 순방 결과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장관 인사와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개편안 등에 대해서도 거론하며 야당에게 협조를 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취임 후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청와대와 야권의 대치 국면을 원만히 풀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청와대 인사검증 기준과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를 국민과 여야 모두가 납득할만한 객관적인 수준으로 뜯어 고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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