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연일 내홍을 겪고 있다.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태를 보면 국민의당의 자업자득에 따른 결과로, 어떻게 해서든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 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은 국민의당을 지금보다 더 극명하게 외면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을 속인 국민의당 ‘제보 조작사건’에 대해 국민의당 관계자들의 ‘속았다’는 식의 유체이탈 화법이 국민을 다시 한 번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언주의원의 막말파문 역시 잘못에 대한 본질을 왜곡하는, 같은 맥락이다.

SBS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급식 조리 종사원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속수당 인상과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 등을 요구하며 이틀간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 수석 부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급식 중단을 우려하며 인건비가 늘면 급식 재료비가 줄어든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자 SBS 기자가 보충취재를 위해 이 의원과 통화하면서 문제가 되는 막말을 듣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의원이 ‘사적인 대화’였다며 보도기자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자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을 키웠다. 녹취록을 들어본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 의원이 과연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이 있는 것인가, 정치철학은 있기나 한 것일까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적인 대화라며 오히려 기자에게 고소 운운한 것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국회의원과 기자 라는 직업사이에 사적인 대화를 구분할 수 있는지 의문인데다 이미 비정규직 파업과 관련해 공개적인 발언이 있은 후의 기자 질문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취재차원임을 인식했던 발언이다.

‘그 아줌마들이 뭔데? 그냥 동네 아줌마거든요, 그냥. 사실 옛날 같으면 그냥 아줌마들 이렇게 해 가지고 조금만 교육 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돈 좀 주고 이렇게 하면 되는 건데….’ 이 의원은 여기에 덧붙여 간호조무사, 요양사 등 다른 직종과 비교하며 비정규직 학교급식 노동자들을 노골적으로 비하했다. 파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해 욕설을 하기도 했다.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물론 일반 노동자들도 분개할 수밖에 없다. 노동의 가치가 이 의원의 전직인 변호사와 같은 사무직에만 한정돼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매우 나쁜 시대착오적인 철학을 가진 사람의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말들에는 어떤 선의가 있다기보다는 이 의원의 정치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사태에 대처하는 이 의원이나 국민의당의 태도도 심각하다. 진심으로 실수했고 사과를 해야겠다면 앞뒤 변명을 빼고 오직 진심어린 사과의 말만 하면 된다. 이 의원과 국민의당은 보도한 기자를 탓하며 변명을 먼저 내놓았다. 진정성이 의심되는 이유다. 전국에 수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같은 노동을 하면서도 정규직과 심한 차별 속에 상처를 받고 있다. 그들의 삶을 어루만져 주지는 못할망정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원 ‘노릇’에 대해 이 의원은 깊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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