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송아지가 열 닷 냥이오. 글구 저 쇠전 바닥을 보슈. 맨 송아지유. 저건 약과유. 하늘재나 새재를 넘어 영남 소들이 오거나 강원도 소들이 강을 건너면 송아지 값은 돼지 값도 못 받게 될 거요.”

쇠살주가 머뭇거리는 영감을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스무 냥 안 되겠수?”

영감이 간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좀 비싸도 이 양반이 댁 송아지가 맘에 든다 해서 흥정을 했더니 안 되겄네! 다른 데로 가십시다.”

쇠살주가 촌로의 소매를 끌며 다른 송아지를 물색해보자고 했다. 곰방대 영감이 몹시 당황해했다.

“그럼 열 닷 냥이라도?”

“…… 그것도 이 촌로 양반이 꼭 이 송아지를 사고 싶다고 해서 주는 거요. 나 같으면 그 돈으로 더 좋은 놈을 고르겠소. 그러니 고맙다고 인사나 하시구려!”

쇠살주가 아주 잠시 동안 뜸을 들이더니 인심이라도 쓰는 듯 생색을 냈다.

“노형, 고맙수다!”

곰방대 영감이 촌로에게 인사를 했다. 쇠살주가 곰방대 영감에게 송아지 값을 계산했다. 곰방대 영감이 돈을 받아들고도 못내 아쉬워했다.

“영감님, 다 끝났으니 우리도 소 값 계산을 하십시다!”

곰방대 영감이 가버리자 쇠살주가 촌로를 보고 말했다.

“우리 누렁이는 얼마나 받았수까?”

“백 냥 받았수.”

쇠살주가 촌로에게 거짓말을 하며 누렁이 판 돈 스무 냥을 순식간에 챙겼다.

“백 냥이우까?”

촌로가 이렇다저렇다 말도 없이 어중간하게 물었다.

“막진데다 여덟 살도 넘은 늙팅이요. 백 냥이면 양껏 받은 것이외다!”

쇠살주가 생색을 냈다.

“하기야 나도 우시장을 돌아보니 쇠 금이 많이 내렸더이다. 내 욕심만 부린다면야 이백 냥도 받고 싶지만 물건이 다 시세가 있으니 따라야지 어떻하겠수.”

촌로가 수긍을 했다.

“거기에서 송아지 값 열 닷 냥과 누렁이 구전 석 냥인데 반으로 잘라 한 냥 오 전만 주시우. 송아지 흥정한 것도 오 전은 받아야겠지만 그것도 그만 두겠소이다. 그러면 다해서 여든세 냥에다 닷 전 주면 계산이 끝나는데 누렁이 팔고 서운할 테니 닷 전은 약주나 하라고 여든 넉 냥 돌려드리리다.”

“영감, 나도 말뚝 값 이 전은 받아야하는데 그만 두시우!”

말뚝배기도 선심 쓰듯 촌로에게 말했다. 누렁이를 팔고 챙겨놓은 스무 냥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백 냥 쯤 받을 수 있었던 누렁이 나이를 속여 자신들이 번 돈이었지만 그래도 양심은 있었다. 보통 땡전 한 잎이라도 더 챙기려고 서로들 눈에 불을 켜고 아귀다툼을 하는 것이 장바닥의 일상이요 속성이었다. 경우에 어긋나더라도 이득이 생긴다면 남의 밥그릇까지도 빼앗는 것이 이 바닥이었다. 더구나 쇠살주와 말뚝배기 같은 사람은 이런 거친 바닥 틈바귀에서 사람들을 뜯어먹으며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살아온 길이 그러기에 그들에게서 인정을 구한다는 것은 죽은 고목에서 꽃 피는 것을 바라는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챙겨도 될 돈을 챙기지 않은 것은 뜻하지 않게 횡재 돈이 생기기도 했지만, 자신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주는 촌로의 마음이 고맙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니우다. 나도 그렇게 염치없는 사람이 아니우다. 누렁이 값도 잘 받았고, 송아지도 열 냥이나 싸게 샀으니 말뚝배기 양반이 자리를 잘 잡아줘 그런 것 아니우? 내 닷 전 드리리다. 고맙수다!”

극구 사양하는 말뚝배기 손에 촌로가 돈을 쥐어주었다. 모든 거래가 끝났다.

“그러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을 것 같소! 피전에 가서 탁배기는 내 사리다!”

말뚝배기가 신이 나서 피전으로 가자고 했다. 세 사람이 함께 우시장 밖 피전거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집으로 돌아갈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던 촌로는 이미 그 생각을 잊어버렸는지 송아지 고삐를 잡고 따라갔다. 집이 있는 산척 아담리까지 가려면 지금 당장 떠나도 밤길이 될 터에 아무래도 촌로의 돌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아보였다.

해는 이미 많이 기울어 있었다. 저녁나절이 되자 북적거리던 우시장도 사람들과 소가 빠져 듬성듬성해졌다. 풍원이가 우시장을 구경한 것은 내창장이 처음이었다. 소를 팔고 사는 것도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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