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의 수 필 가

며칠 전 좋지 않은 일을 겪었다.

운전을 하면서 처음 겪은 일이라 당황스럽고 무서워서 사고 순간부터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후로도 그 순간의 기억은 전혀 나지 않았다.

그것이 문제였다. 양심보다는 법이 먼저였고 내가 한 행동과 상대방과의 약속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또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주변 사람들의 입놀림에 의하여 일이 더 확대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서 그 후부터 더 혼란스러웠고 고통스러웠다.

이런 일들은 나만 겪은 일이 아닐 것이다. 크고 작은 일이든 그 자리에서 해결되었음에도 그 후에 또다시 그 때의 일이 거론되고 반복되면서 서로 불신하고 언성을 높인 후에야 차갑게 등을 돌리는 모습을 흔히 보았다.

집 앞에 공사가 시작된다는 소문이 돌 때까지만 해도 아파트 사람들은 말이 없었다.입주할 때부터 있었던 빈터는 언젠가 건물이 들어설 거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포크레인이 들어선 그날까지 남의 일인 양 무관심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단지 몇 명의 눈치빠른 사람들은 그곳에 무엇이 들어설 거라는 것을 빠르게 전하고 있었지만 누구의 말이 옳은 지는 전혀 알 수 없을 만큼 소문만 무성했다.

그러나 땅이 파헤쳐지고 레미콘 차가 도로를 반쯤 막고 소음을 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인사 없이 지내던 사람들끼리도 반가운 소리로 인사를 나누었고 두 세람씩 짝이 되어 한자리에 모여 앉는 날이 많아졌다. 모두들 생각은 같았다.

공사기간 동안의 소음과 통행의 불편함과 건물 높이에서 오는 일조량이었다.
또 속내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아파트 값 하락의 불안함도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언제 우리가 이처럼 가까웠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가에 대해 새삼 미안해하고 어색해하며 얼굴을 붉히고는 했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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