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주 수필가

대조사는 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의 말사이다. 내게는 백제부흥군의 발자취가 있는 성흥산 가림성 아래 있다는 것이 의미가 더 크다. 이런 절은 대부분 극락보전에 아미타부처님을 모시고 부흥군과 백제 유민의 극락왕생 발원을 연유로 창건됐다. 그런데 대조사는 다르다. 원통보전에 관세음보살을 모셨다. 원통보전 뒤에는 큰 바위가 있고 바위 옆에 석조 미륵보살입상이 있다. 백제 성왕 5년에 창건되었기에 백제부흥군과 연관된 설화는 발견할 수 없다. 어느 노승이 바위 아래서 수도하다가 큰 새가 날아와 앉는 것을 보고 깜빡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바위가 미륵보살로 변해 있었기에 ‘대조사’라고 했다는 연기설화가 전해온다.

가림성으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으로 대조사 입구가 있다. 소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지고 그 사이로 벚나무가 이제 막 낙화를 시작하고 있었다. 갈림길에서 대조사 쪽으로 들어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다. 장송이 하늘을 가려 더욱 그윽하다. 사람들이 꿈꾸는 미래의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세계일가? 사찰 주차장 가는 길과 절 마당으로 바로 들어가는 갈림길에서 바라보면 가람이 한 눈에 들어온다. 풀 한 포기 없이 깨끗한 마당이 스님들의 부지런한 수행을 말해준다.

원통보전 단청이 깨끗하고 아름답다. 원통보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은 기단이 2층이라 언뜻 5층탑으로 보이기도 한다. 범종에 새긴 비천문상이 금방 승천할 듯하다. 법당에 들어가려다가 삼층석탑 앞에서 그냥 삼배만 드렸다.

미륵보전 앞을 지나 왼쪽으로 올라가면 거대한 미륵보살 입상이 나온다. 대조사 미륵보살입상이 특이한 것은 절집이 모두 동남쪽을 향하고 있는데 혼자서 동북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바위가 있어서 바위 모양대로 조성한 것인지 어떤 의미가 있어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미륵보살입상은 주변과 잘 어울린다. 옆에 커다란 바위가 있고 낙락장송이 머리 위를 가리고 있다. 바위가 미륵보살 뒤에 있고 소나무도 그렇게 있었으면 어떨까 싶었다. 여기서 삼배를 올렸다. 56억7천만년 지난 미래에 와서 중생을 제도한다는데 조금 더 일찍 오셔서 시끄러운 세상을 구제해 주셨으면 좋겠다.

원통보전 옆에 불유정(佛乳井)이 있다. 이 사찰에 물이 귀해 고생했는데 최근에 홍성성당의 장끄렝깡 신부님이 물줄기를 찾아 주었다고 한다. 부처님께 올리는 감로수를 신부님이 찾아주셨으니 그 분이 미래의 부처님은 아닐까 하고 혼자 헛생각을 해보았다.

미륵신앙은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미륵보살로 하여금 아주 먼 후세대에 새로운 세상을 제도하도록 가르침을 준 것인데 혹세무민하는 많은 독재자나 사기꾼들이 악용해 왔다. 궁예는 자기 스스로 미륵이라 했다. 오늘날 세계의 독재자들이 궁예를 흉내 내며 혹세무민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남이 인정하지 않는데도 스스로 미륵인양 새누리를 건설한다는 착각에 빠진 불쌍한 정치가도 있다. 신앙은 꼭 필요지만 교리를 공부하지 않고 맹신하면 헛된 미륵에 현혹되고 만다. 인간의 고통스런 삶을 구제하고자 하는 종교가 혹세무민이 되고 만다. 미륵신앙도 미륵보살을 제대로 알아야 미끼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대조사를 나오며 미륵신앙과 잘못된 미륵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대조사가 미륵신앙을 제대로 가르치는 사찰이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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