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주 양반, 좀 깎아줍시다!”

“못 깎아주오!”

쇠살주가 눈을 찡긋거리며 그렇게 하자고 신호를 보냈지만 말뚝배기는 쇠심줄처럼 고집을 부렸다.

쇠살주는 말뚝배기가 왜 그러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소가 여덟 살이면 대부분 아흔 냥 안팎에서 값이 매겨졌다. 그 나이면 일도, 새끼를 가지는 것도 힘에 부치기 때문에 우시장에 나오면 거개가 고깃소로 팔려 도살장으로 가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누렁이는 워낙에 갈무리를 잘해 다섯 살로 속여 잘 받으면 백 냥쯤은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렁이를 살펴본 갓쟁이가 백 냥이면 사겠다는 것이었다. 생각하고 말 것도 없었다. 서둘러 팔 일이었다. 그러나 매주인 갓쟁이가 곁에 있으니 속 타는 마음을 말뚝배기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쇠주 양반, 그러지 말고 서로서로 좋은 선에서 흥정을 해보십시다! 생원 양반도 조금만 더 쓰시구요. 이 누렁이보다 못한 소도 아침나절에 백오십 냥에 팔려나갔소. 요즘 일철이 끝났는데도 그 정도요. 아마도 가을이 되면 쉰 냥은 너끈히 더 오를 거요. 또 길이 잘 들었으니 따로 길들일 필요도 없고, 곧바로 남 일 가면 품값도 벌어들일 테니 누렁이를 사가면 생원님은 횡재하시는 겁니다.”

쇠살주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어떻게라도 흥정을 성사시키려고 애를 썼다.

“쇠주가 저리도 고집을 부리니 흥정이 되겠소?”

갓쟁이는 쇠살주 말을 듣고 나니 더욱 누렁이가 탐났다.

“생원님, 조금만 더 쓰시지요? 가을걷이에 품삯만 받아와도 스무 냥은 벌어들일 겁니다요. 스무 냥만 더 쓰시지요. 그럼 내가 다시 쇠주인에게 말해 보리다.”

“그렇게 해보슈!”

갓쟁이가 일백이십 냥을 주겠다고 결정했다. 쇠살주는 입이 ‘떠억’벌어졌다. 아흔 냥이면 적정한 가격을 서른 냥이나 더 받게 되었으니 횡재수가 들어도 이만저만한 횡재수가 아니었다. 쇠살주는 애써 참아보려고 했지만 입가에서 웃음이 비질비질 새어나왔다.

“쇠주 양반 백스무 냥이면 나릅이도 좋은 놈으로 살 수 있소. 그러니 어서 팝시다!”

쇠살주가 몸이 달아 말뚝배기를 재촉했다.

“그러면 내가 너무 서운한데…….”

말뚝배기가 한껏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은근슬쩍 뒤로 물러났다.

“서운하긴 뭐가 서운하슈. 돈 받으면 다 날아갈 걸!”

“다섯 해나 같이 한집에서 살았는데 안서운하면 그기 사람이우?”

“쇠주인 노릇도 참 잘하시우?”

쇠살주가 갓쟁이 눈을 피해 말뚝배기에게 쑥떡을 먹였다. 말뚝배기도 쇠살주에게 쑥떡을 먹였다. 그리고는 서로를 쳐다보며 히히덕거렸다.

“생원님은 돈을 건네주시고, 쇠주 양반은 소를 넘겨주시지요?”

쇠살주가 중간에서 돈을 받아 말뚝배기에게 주었다. 말뚝배기는 돈을 받아 헤아렸다. 돈이 맞자 말뚝배기가 누렁이 고삐를 갓쟁이에게 넘겼다.

“잘 키우시우.”

말뚝배기가 갓쟁이에게 말했다.

“내가 데리고 가 잘 키우리다.

갓쟁이가 누렁이 고삐를 끌며 말했다. 누렁이가 끌려가지 않으려고 엉덩이를 뒤로 뺐다.

“예이, 이눔아! 도살장으로 끌려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으로 알어! 그러니 새주인 따라 어서 가!”

쇠살주가 누렁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탁탁 치며 말했다. 그래도 누렁이가 가지 않으려고 엉덩이를 자꾸 뺐다. 쇠살주와 말뚝배기가 호통을 치며 몇 차례나 손질을 한 후에야 어기적거리며 갓쟁이를 따라갔다.

“쇠살주 양반! 우리 누렁이 팔렸소이까?”

그제야 누렁이가 묶여있던 자리로 다가오며 촌로가 물었다.

“금방 팔았소이다.”

“아이고, 누렁이 얼굴이나 마지막으로 봐야하는디, 어디로 갔수까?”

촌로가 두리번거리며 누렁이를 찾았다.

“저어기 갓쟁이요.”

말뚝배기가 우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갓쟁이를 가리켰다. 그 뒤를 누렁이가 마지못해 억지걸음으로 따라가고 있었다. 촌로가 앞으로 고꾸라질 것처럼 허우적거리며 누렁이를 향해 달려갔다.

“왜 알려준 거여!”

“왜?”

“왜는 왜여! 누렁이 진짜 주인이라는 것이 알려지는 것도 그렇고, 누렁이가 얼마에 팔렸는지 알면 곤란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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