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 경영학과

우리나라는 겨울에 북서풍이 불고 4계절이 있어 남향을 선호한다. 북쪽에 산이 있고 남쪽에 내가 가로 지르며 명당이 펼쳐지면 사람 살기에 좋은 곳으로 여겨진다. 사람이 사는 터를 양택이라고 하는데 양택의 기본 요건은 배산임수(背山臨水), 전저후고(前低後高), 전착후관(前窄後寬)이 잘 갖추어져야 생기가 모인다고 본다. 그 중에서도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은 북고남저(北高南低)의 지형이 따뜻하고 남향으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자연의 지형은 이렇게 이상적인 남향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남고북저(南高北低)의 지형도 있다. 이런 곳은 북고남저의 지형보다 땅값이 싸고 이용 가능한 땅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이런 곳을 잘 활용하는 방법은 지형지세대로 북향으로 집을 지어야 하는데 그러면 햇빛을 많이 받지 못하기 때문에 북향의 터에서도 남향으로 집을 짓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북향의 터에서 남향을 하게 되면 역배산임수가 되고 뒤가 허하기 때문에 주산이 없다고 본다. 땅의 기운을 제대로 받기 위하여는 북향의 땅에서는 북향으로 해야 한다.

북향의 땅에서 햇볕을 채광하는 방법은 창문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집을 지을 때 창문은 크게 내는 게 좋은가? 아니면 작게 내는 것이 좋은가? 창문을 크게 내거나 많이 내면 기운이 쉽게 흩어진다. 아늑한 공간은 창문이 필요한 부분에만 있어도 충분하다. 창문이 많거니 큰 것 보다 창문이 적고 작은 것이 더 유리할 수가 있다. 창문의 용도는 채광, 통풍, 조망 등이다. 북향의 집에서는 채광이 중요하므로 어디에 채광창을 둘 것인가를 잘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 동짓날이다. 채광은 동짓날 해 뜨는 방위에서 해 지는 방위에 맞추어 내면 가장 많은 햇볕을 받을 수가 있다.

충남 서산에 가면 백제시대에 만들어진 마애삼존불상이 있는데 마애삼존불이 바라보고 있는 방위가 동짓날 해 뜨는 방위이다. 태안의 삼존불상도 동짓날 해 뜨는 방위를 바라보고 있다. 경주의 석굴암도 동짓날 해 뜨는 방위를 바라다본다. 며칠 전 양평에 있는 전원 주택지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북향의 땅에다 집을 짓는데 남향으로 짓지 않고 북향으로 집을 지었다. 그리고 채광을 하기 위해 남쪽으로 창을 내고 거실의 지붕으로도 창을 내었다. 이곳은 북향의 땅이지만 하루 종일 해가 드는 구조로 건물을 설계하였다. 그리고 창문을 크게 하지 않고 액자모양으로 해 창문을 통해 맑은 바람이 들어오고 창문을 통해 보는 외부 전경이 그림같이 들어왔다.

이곳에 몇 시간을 있어 보니 마음이 편안하고 힐링이 된다. 주변을 둘러보니 타원형의 분지형 마을이다. 수구는 좁게 관쇄가 되고 물은 우에서 좌로 횡류한다. 주변의 산봉우리들은 사방팔방으로 둥근 무곡 금성체요, 어떤 봉우리는 태양이 솟아오르는 모습이고, 어떤 봉우리는 아이를 밴 듯한 모습이며, 어떤 봉우리는 사람의 머리 같기도 했다. 풍수적 요건을 대입해 보면 명당지역인데 아쉬운 것은 북향의 땅이었다. 그런데 북향의 땅이지만 채광창을 확보하게 되어 하루 종일 해가 드는 밝고 따뜻한 곳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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