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쟁이가 이번에는 누렁이 엉덩이를 흠잡았다.

“생원님 뭔 말씀이우? 저래도 해해마다 꼬박꼬박 송아지를 낳았다우!”

말뚝배기가 방파매기를 했다.

“소가 뿔도 잘 생기고, 허리도 곧고, 발목도 통통하고, 엉덩짝도 풍만해야 좋은 손데…… 뿔도 굽고, 발목도 가늘고, 허리도 엉덩이도 빈약하고, 이래가지구야 쟁기 걸다 주저앉겄네!”

 갓쟁이가 또 트집을 잡았다.

“뭔 소리여? 집 농사 다 짓고 우리 동네 농사도 반은 이놈이 지었다니까. 말은 또 얼마나 잘 알아듣는데…….”

말뚝배기가 발끈했다.

“쥔네 말만 잘 들으면 뭐하는감? 아무나 부려먹을 수 있어야지!”

갓쟁이가 온갖 트집을 다 잡았다. 사려는 사람은 온갖 흠을 다 잡아 싸게 사려하고, 팔아먹는 사람은 온갖 허풍을 떨어 비싸게 팔려하는 게 사람들의 본능이었다.

“아이고 생원님, 정자도 좋고 물도 좋은 곳이 어디 그리 흔하답디까? 비단신 고르려다가 짚신짝 고른다는 말도 있잖습디까! 완벽하게 다 갖춘 놈도 있기는 하겠지만, 첨부터 마음에 쏙 들어오는 놈이 어디 있겠습니까요. 원만하면 내 물건을 만들어 자꾸 이쁘게 봐야 이뻐지는 게 아니것시유. 금 때문에 그러면 내가 쇠 주인한테 잘 말해볼 테니 사실 의향은 있으신가요?”

쇠살주가 말뚝배기와 갓쟁이 사이에 끼어들며 흥정을 붙였다.

“금만 맞으면 살테니 잘 좀 다리를 놔보시오!”

갓쟁이가 먼저 살 의향을 비쳤다.

“생원님, 잠시만 기다려보시구려!”

쇠살주가 말뚝배기에게로 가더니 뭔가 열심히 말을 나누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실상은 공중 지껄이는 것이었다. 갓쟁이와 흥정하기도 전에 이미 두 사람은 서로 입을 맞춰놓은 후였다.

“생원님, 쇠 주인 말이 누렁이가 한창 때라 일도 잘하고 새끼도 쑥쑥 잘 낳고 하니  못해도 백오십 냥은 받아야겠답니다.”

쇠살주가 갓쟁이에게로 돌아와 말했다.

“한창 때는 무슨! 눈빛을 보니 탁한 것이 늙어도 한참 늙었겠구먼. 백오십냥이면 상급 소 아녀! 누굴 속이려 드는 게여?”

갓쟁이 말에 쇠살주가 뜨끔했다. 혹시라도 갓쟁이가 누렁이 실제 나이를 알고 있나 싶어서였다. 소의 눈빛이나 털 상태, 가죽의 탄력, 움직임 같은 것을 보고 나이를 가늠하는 것은 쇠판에서 평생 굴러먹은 쇠살주, 말뚝배기, 채꾼, 반출상인, 도살꾼, 그리고 마방 주인 같은 전문가나 알 수 있는 고급기술이었다. 그런데 멍청이라고 찍어 눈팅이를 치려했던 갓쟁이가 그런 고급기술을 가지고 나오니 쇠살주가 당황하는 것은 당연했다.

“생원님, 누렁이가 종일 먹지도 못하고 땡볕에 서있어 지쳐 그런 것이오! 저 털빛이나 가죽을 보시우. 가죽은 탱탱하고 털빛에서는 반지르르 광이 나잖우?”

쇠살주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기며 서둘러 둘러댔다.

“다섯 살에 이 정도 몸집이면 상급이지 더 좋은 소 있으면 얘기해 보슈! 나이야 소주인인 내가 젤루 잘 알지. 우리 누렁이 이빨을 보시우!”

말뚝배기가 갓쟁이를 보고 말했다. 쇠살주가 깜짝 놀라며 하지마라고 눈짓을 했으나 말뚝배기는 이미 누렁이 입술을 까뒤집고 있었다. 쇠살주 얼굴에 낭패를 당했다는 표정이 확연했다. 소 이빨을 보고 나이를 판별하는 것은 눈썰미 좋은 사람이면 우시장에 나와 서너 번만 봐도 익힐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기술이었다. 그런데 소의 겉모습을 보고 나이를 운운하는 갓쟁이라면 이빨를 보는 순간 누렁이가 최소한 다섭이는 훨씬 넘었으리라는 것은 당연히 알 일이었다. 누렁이의 문치 네 개는 젖니에서 이미 영구치로 바뀌었으니 다섯 살은 분명하고, 영구치의 닳은 면을 보면 네 개의 모양이 고르지 않으니 최소한 여섯 일곱 살은 되었다는 것을 알 것이었다. 그런데 말뚝배기는 누렁이 입술을 까대며 주책을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갓쟁이가 누렁이 주둥이 앞으로 바싹 눈을 들이대며 앞니를 살폈다. 그리고는 손을 넣어 이빨의 면을 문질러보기까지 했다. 쇠살주가 탄식을 했다. 만약 속인 것이 들통이라도 난다면 누렁이를 팔아 구전을 챙기기는커녕 볼따구니에 불이 나도록 주먹다짐이나 받지 않으면 천행이었다.

“백오십 냥은 과하고 백 냥 받으면 딱 맞겠소!”

누렁이 상태를 한참이나 살피던 갓쟁이가 값을 후려쳤다.

“백오십 냥에서 한 푼도 깎아줄 수 없소!”

말뚝배기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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