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보시우?”

“일소를 하나 구하려는데 영 마땅찮소!”

“모심기도 다 끝나 한가할 텐데 일소는 뭣하려 구하시우?”

“전에 멕이던 일소가 얼마나 고집통머리가 센지 일 좀 부려먹을라면 신주 모시듯 해야 하니 여간 골머리가 빠진 게 아니요. 그래서 지우 올봄 농사 짓고 오늘 장에 내다 팔아치웠소. 그러니 개비를 해놔야 가을걷이를 할 게 아니오. 마땅한 놈 있으면 하나 들여서 농한기에 미리미리 길들여놨다가 쓸까 하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없네.”

갓쟁이가 초면인데도 수다스러울 정도로 장황하게 사정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생원님, 마침 마치맞은 소가 한 마리 있소이다. 아침부터 여럿 매주들이 껄떡거리며 군침을 흘렸는데 생원님을 만나려고 파투가 났나봅니다요. 생원님!”

쇠살주가 ‘생원님! 생원님!’하며 갓쟁이 비위를 맞췄다.

“그럼, 쇠 구경이나 한 번 해볼까.”

 갓쟁이가 짐짓 거드름을 피우며 쇠살주 뒤를 따랐다.

“이보슈, 쇠주인! 생원님한테 소 구경을 시켜주시오!”

쇠살주가 눈을 껌벅껌벅하며 말뚝배기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왜 사시려우?”

말뚝배기가 소주인 행세를 하며 갓쟁이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퉁망스럽게 물었다. 갓쟁이가 황당해했다.

“소가 댁 밖에 없소!”

갓쟁이가 발끈하며 돌아서려했다.

“생원님, 왜 이러십니까? 저 양반 본래 태생이 저렇습니다요. 그래서 오전에도 몇 행보나 공을 쳤습니다요. 지가 타일러볼 테니 고정하시고 생원님께서 하해 같은 맘으로 좀만 기다려 주시구려! 아무리 물건이 좋아도 그렇지 사러온 사람한테 그러면 쓰것소? 여기 우시장에 맨 소요. 워낙 이 누렁이가 좋아서 어떻게라도 성사시켜보려고 내가 이 지랄을 떨고 있지, 소도 시원찮고 당신처럼 승질도 그 모양이면 애당초 흥정을 해보려고 끼어들지도 않았을 것이오. 참말로 소가 좋소이다. 내가 이제껏 우시장을 빠대며 살았지만 누렁이처럼 좋은 소는 손에 꼽을 정도였소! 생원님이 가져간다면 횡재하시는 겁니다요!”

쇠살주가 말뚝배기 가짜 소주인과 갓쟁이 사이를 오가며 설레발을 쳤다.

“횡재고 나발이고 저래가지고 팔리기나 하겠소?”

“내 소지만 워낙에 일도 척척 알아서 잘하고 해서 정이 들어 그렇소. 아직도 팔까말까 반반이오.”

말뚝배기가 누렁이 정수리를 쓰다듬으며 무척 아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아까운 걸 왜 가지고 나왔소이까?”

갓쟁이도 꼬라지가 나서 나오는 말마다 시비쪼다.

“그 양반, 소도 한 식구인데 이때껏 같이 살다 떼어놓으려는데 맘이 좋겠소. 그래 뭔 소를 사려고 그러시우?”

말뚝배기가 갓쟁이에게 물었다.

“소를 사서 일소를 만들려고 한다는구만!”

갓쟁이 대신 쇠살주가 대답을 했다.

“그렇다면 이 누렁이가 딱이요. 애둥이 사가지고 골치 아프게 길들일 거 뭐 있소!

안 그렇소, 소주인?”

쇠살주가 눈을 찡긋찡긋하며 말뚝배기에게 물었다.

“그렇소. 우리 누렁이가 얼마나 똑똑한지 누구하고 일을 해도 척척 알아들어요. 우리 마을 일, 반은 누렁이가 했소이다.”

말뚝배기가 누렁이 자랑을 했다.

“누렁이가 얼마나 말을 잘 듣는 지 인근에서는 천자문 뗀 학동보다도 똑똑하다고 소문이 났습니다요! ”

쇠살주도 말뚝배기와 짝짝꿍이 되어 누렁이 자랑을 했다.

“에끼, 여보시오. 아무리 뻥을 쳐도 그렇지 소가 무슨 학동보다 똑똑하겠소?”

갓쟁이가 코웃음을 쳤다.

“말 안 듣는 학동보다는 우리 누렁이가 눈치도 빠르고 일도 잘 한다는 소리요.”

“나도 소주인 인근 마을에 살고 있어 잘 알고 있지만 논 가는 것, 논 삼는 것, 밭 가는 것, 짐 실어 나르는 것, 뭐하나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요. 농사철에는 하도 남의 집에불려다니느라 바빠서 제 집 구우에는 거미줄을 칠 정도라는 구먼유. 일 잘하지, 품값 벌어들이지, 내 집 여물 축내지 않지, 이 누렁이 데리고 가면 복이 넝쿨째 들어가는 겁니다요.”

쇠살주가 온갖 감언이설로 갓쟁이를 홀렸다.

“일 하나는 신통방통하게 잘 할 거요!”

이번에는 말뚝배기가 쇠살주 말에 합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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