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철 충북중앙도서관 목각강사

"김혜수가 5년전에만 찍었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라고 영화기자가 말했었다.

영화를 보면서 그말이 실감 났다. 지난번 문소리에게 바통을 넘기고 후회했던 ‘바람난 가족’에 대한 복수(?)처럼 느꼈다면 지나칠까?

'로드무비’의 김인식 감독에게 그동안 꽁꽁 묶어 두었던 그의 나신을 쓰도록 허락한 그의 용기가 이해는 가지만 그 기자처럼 한 템포 늦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배우는 전도연처럼 용감해야 한다. 감독의 뜻대로 쓰여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영화의 모든 책임은 선장인 감독에게 있기 때문이다. 배우가 선택하는건 영화를 하느냐 안하느냐지 내용에 대한 선택은 아니다.

특히 노출에 대한 것을 선택사항처럼 말한다면 자격미달이다. 쉬운 영화는 아니지만, 다들 쉽게 웃기는 쪽을 택하는데 역시 김 감독다운 영화다.

여름에 어울리는 눅눅한 영화지만 몇 군데 맘에 안 드는 곳이 있다.  먼저 제목이다. 일부러 유치한 쪽을 택했는지는 모르지만 조금 세련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면 연결도 좀 껄끄러운 곳이 있다.

그래도 감독 덕분에 김혜수는 그가 출연한 영화 중 최고의 영화를 만들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신문마다 대한민국 모든 남자들이 그토록 보기를 원했던 그녀의 속살(?)을 보여준 용기를 떠들어대지만 그런 표피적인 시선은 영화감상에 도움이 안된다.

터미네이터의 마지막 장면처럼 처리한 얼굴은 꼭 그랬어야 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배우(김태우)가 미녀들만 골라 출연한 것처럼 부러워하는 기사는 부드럽고 튀지 않게 받쳐준 공로로 봐서 감독들의 선택이 이해된다.

영화음악을 담당한 이승철 덕으로 음악은 매끄럽고 좋았다. 말많았던 영화 ‘로드무비’처럼 각본까지 써서 연출한 감독의 애씀이 여배우의 결단 뒤로 밀리는 듯한 느낌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어쨌건 시끄러운 영화 만드는 몇몇 감독 중 하나인 것만은 틀림없다. 요즘 불황 탓으로 관람자가 줄어들어 울상인 한국영화에 보탬이 되는 영화였으면 한다.

혼자 보기를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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