몫이 좋은 우시장 입구에는 이미 소들로 달박달박해 촌로의 누렁이를 묶어둘만한 말뚝 박을 자리가 없었다.

말뚝배기가 이리저리 살피더니 소주인과 매주 사이에 옥신각신 흥정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거간꾼이 매매를 성사시키려고 설레발을 치고 있었다.

“이보슈, 매주 양반은 오늘 운 트였슈! 이런 소는 내창장 아니면 절대 구경할 수도 없소!”

“소가 다 거기서 거기지, 내창장이라고 뭐가 별다르것소?”

매주가 별 관심도 없다는 듯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모르시는 말씀! 저 얼굴을 한 번 보슈, 얼마나 잘 생겼슈? 저 정도면 양귀비도 왔다가 뺨때기 맞고 눈물을 한 동우는 흘리지 않겠슈?”

“소 낯짝 보고 잡아먹소?”

매주가 거간꾼을 비웃었다. 매주 말하는 양을 들어보니 그는 소를 잡아 파는 도축상이 분명했다.

“잡을 소를 사시려는 구려. 이쁜 소가 맛도 좋은 법이외다!”

거간꾼이 재빨리 말을 바꿨다.

“실없는 소리 말고 저 사람한테 금이나 잘 말해보소. 나하고는 도통 말이 안 통해. 쇠 금이 다 있는데 무조건 내 금에는 안 판다니 어쩌겠소. 다른 델 가봐야지!”

“왜 이러시나. 닭을 사도 흥정이 있을 터에, 어째 소를 사는데 흥정이 없을 수 있겠슈? 내가 말을 한 번 건네보리다.”

쇠살주가 도축상을 달래더니 소 주인에게 다가갔다.

“이번 장에는 꼭 팔아야하지 않겠슈? 금을 조금만 내려 봅시다.

“그 금이면 좋은 소 반 값도 안 되는 금 아니오? 내가 내놓은 금이면 마치맞다는 걸 나도 알고 저도 알 것이오!”

“그걸 누가 모르겠슈. 매매라는 게 원래 파는 이는 손해 보는 것 같고, 사는 이는 더 준 것 같아야 성사되는 것 아니겠슈?”

“그럼 구전을 좀 덜 받으시구려! 그동안 구전 나간 것만 얼마이까? 그럼 한 번 생각해보리다.”

소주인이 쇠살주 구전을 깎자고 말했다.

“그깟 구전 얼마나 된다고 그러슈?”

쇠살주가 난색을 보였다.

“그렇다면 나도 팔 생각이 없소!”

소주인도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합시다. 내 구전을 깎을 테니 쇠 금도 좀만 내리시구려. 그리고 저 도축상에게는 구전을 깎아줬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마슈! 그렇게 하시는 겁니다.”

쇠살주가 도축상을 힐끔 쳐다보고는 무슨 큰 비밀이라도 되는 양 소주인의 귀에다 대고 속삭거렸다.

“알았소!”

드디어 소주인도 쇠살주의 흥정을 받아들였다.

“실은 저 소, 지금 장에 팔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거유. 농번기가 끝나 일소들이 막 쏟아져 나오고 있소이다. 그런데 아무리 잡을 소라 해도 저런 늙다리 소를 누가 쳐다 보겠슈. 그러니 작자가 나섰을 때 어서 내놓으슈!”

소주인의 마음이 변할까봐 쇠살주가 다짐을 받았다. 그리고는 다시 도축상을 향해 다가갔다.

“금을 내리기로 했슈. 그러니 그만 흥정을 끝냅시다!”

“그런데 저 소 이상하우다. 털에 윤기도 없고, 살은 쪘는데 참살이 아닌 부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찜찜하다는 듯 도축상이 늙은 소의 잔등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반지르르하다고 다 좋은가, 푸석푸석해보여도 이런 소가 고기 맛은 일품이우다.”

쇠살주가 소 엉덩이짝을 손바닥으로 철썩 치며 말했다.

“저 소 벌써 내창장에만 세 행보를 한 소요.”

그때 말뚝배기가 딴지를 걸고 나섰다.

“뭔 짓이여?”

쇠살주가 눈에 쌍심지를 컸다. 

“뭔 짓은 니가 더 잘 알 것 아녀? 잡아먹을 소를 무슨 꿍꿍이로 이런 좋은 자리에다 매놨어? 이 소 매게 저리 치워!”

노려보고 있는 쇠살주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뚝배기가 막무가내로 늙은 소의 고삐를 풀었다.

“이게 무슨 경우 없는 짓거리여!”

“도둑놈이 도둑 잡네. 경우 없는 짓거리는 누가 하고 있는데?”

“뭔 소리여?”

“말뚝 값은 왜 떼어먹는 거여?”

“흥정이 성사됐어야지 말뚝 값을 주지, 깨졌는데 무슨 말뚝 값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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