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북 청주시청의 한 사무관이 대청호 문의대교에서 투신하면서 ‘자살다리’ 오명이 붙은 교량들에 대한 자살방지 안전시설의 조속한 설치가 촉구되고 있다.

문의대교는 1980년 준공된 이래 지금까지 39명이 이곳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인양하지 못한 사체까지 고려하면 실제 투신자살 건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더는 투신자살이 발생하지 않도록 문의대교 난간을 정비하라”는 이시종 지사의 지시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효과적인 안전시설 설치를 기대케 한다.

이런 가운데 21일 충주시 칠금동과 중앙탑면을 잇는 신탄금대교에 자살예방 문구 30개가 내걸려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다리에서도 지난 4월 20대와 30대 여성 2명이 투신자살했다. 충주시가 ‘생명의 다리 조성사업’으로 2015년 구탄금대교에 이어 두 번째로 공모를 통해 신탄금대교 난간에 설치한 문구는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겼다. 상담전화번호와 함께 적힌 이 자살예방 문구는 다음달 충주 목행대교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투신자가 유독 많이 찾는 다리는 각 지역마다 산재해 있다. 특히 교량 난간의 높이가 낮고 안전시설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일수록 자살 발생건이 많다. 자살충동을 느낀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뛰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자살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SNS를 통해 자살 동반자를 모으는가 하면, 자살을 도와주는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인터넷에는 자살을 돕고 방법을 알려주는 자료가 넘쳐난다.

국제사회에서도 우리나라는 ‘자살공화국’ 이미지가 강하다. 2003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자살률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8.7명으로 2위인 일본의 18.7명과도 크게 차이가 난다.

그동안 자살은 개인적인 요인으로 치부해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대응을 미적거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빈곤에 지친 사람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사회양극화, 청년실업, 고령화, 가족해체에 따른 고독 등으로 자살 인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자살은 이제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살 시도자는 대부분 주변에 삶을 포기하는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그럴 때 주변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 한마디가 극한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다. 가족과 친구, 이웃의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가 중요한 이유다.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불안정한 사회구조를 정상화 시키는 작업부터 선행돼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치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민·관 공동으로 자살예방 시설을 확충하고 캠페인 등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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