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녹음이 짙어가는 유월의 숲속 하늘이 유난히 청아하다. 그래서 이영도는 초여름에 느끼는 자연의 싱싱한 생동감을 주제로 신록을 보았는지 모른다.

‘트인 하늘아래/ 무성히 젊은 꿈들/ 휘느린 가지마다/ 가지마다 숨 가쁘다/ 오월은 절로 겨워라/ 우쭐대는 이 강산’이라고…. 그는 짧은 시로 자연에서 끌어낸 서정적 자아의 내면과 무성하게 자라는 식물에서 젊은 꿈을 발견하는 시적 자아로 흥에 겨워 우쭐대는 것이 바로 신록이라고 보았다.

유월도 하순으로 들어섰다. 예년과 달리 가뭄도 심하며 한 낮의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빨리 찾아오고 있다. 도시의 더위를 피해 신록이 우거진 가까운 산에 가노라면 숲 속의 향기에 취해 어린 시절의 시골생활이 문득 떠오른다.

시골생활은 꿈을 잉태하기보다 그냥 하루생활의 자체였다. 즐거움도 괴로움도 모르는 연속적인 나날이었다. 불가물이 찾아오면 논에 물대기 위해 우물의 물을 퍼서 도랑에다 쏟아 붓는 일을 반복했고, 심지어 나무총을 만들어 가지고 적군, 아군으로 편을 갈라 쫓고 쫓기는 전쟁놀이를 하며 지냈던 일, 전쟁의 참상을 보았던 부모님께서 아픈 기억을 토해내며 들려주었던 옛이야기가 생각난다. 

유월의 전쟁! 가정이 무너지고 짓밟히며, 꿈이 많았던 젊은이들이 전쟁 통에 목숨을 잃었던 전쟁이었다. 우리 부모님들은 배고픔을 알고 미래의 희망을 위해 달려왔던 세대인데, 이제 노익장이 되어 아스라이 전쟁의 참상을 잊고자 애쓰며 병석에 있는 모습을 볼 때 신록의 희망만큼이나 숙연해질 때가 있다.

이맘때면 가슴에 ‘군경원호의 달’이라는 표찰을 왜 가슴에 달고 다녔는지? 상이군인이 손에 갈고리를 달고 집에 들어와 동냥하러오면 왜 그들이 무서웠던지? 지금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민족에게는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이 깃든 참으로 가슴 아픈 역사의 달이다. 나라사랑을 주제로 한 애국시가 감동을 주었고 전쟁의 아픔을 노래나 영화로 제작되어 그때의 일들을 면면히 기억해 되새기는 달이었다.

나는 어릴 때 뜻도 새겨보지 않고 그냥 ‘비목(碑木)’이란 노래를 좋아했다. 작사자 한명희 선생은 강원도 화천 백암산 부근에서 십자 나무만 세워져 있는 무명용사의 돌무덤의 비목을 보고 조국을 위해 죽어간 젊은이들을 기리는 내용의 시를 지었고, 이를 장일남 선생에 보여주자 즉석에서 곡이 만들어졌다고 곡이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파 /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전쟁으로 두고 온 고향을 그리던 병사의 쓸쓸함과 적막함을 묘사한 곡이다. 적막의 두려움과 전쟁의 비참함, 그 때문에 더욱 간절한 향수를 담은 노래이다. 이 곡은 시대적 산물이자 무명용사의 희생을 상징하는 곡 이상으로 우리 국민에게 애창된 곡이다. 이제는 애잔한 감성만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한 수많은 애국선열과 국군용사의 넋을 위로만 할 때가 아니다. 전쟁의 참상을 알고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때이며 강한 안보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공동번영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할 때이다. 새로운 정치지도자가 들어선 요즈음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가 더 잦아지며, 북한 당국의 미국인 탄압에 미국이 분노하고 있다. 안보외교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것만은 사실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치지도자의 단합된 모습과 국민들의 정서가 합치되는 모습을 보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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