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화 청주서원도서관 사서

재밌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며 그 안에서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가로 유명한 이기호 작가의 신작이다.

이 책은 2011년부터 한 월간지에 ‘유쾌한 기호씨네’ 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을 엮은 책으로, 소설가 이기호씨 가족의 일상을 담고 있는 가족소설이라고 하지만 에세이에 더 가깝다.

“가족이라는 이름 자체가 꼭 소설의 다른 말인 것 같다”라는 작가의 고백처럼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가족 이야기를 읽으며 웃다가 울다가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은 꼭 소설의 다른 말 같다’는 작가의 말에 나도 전적으로 동감하게 되었던 작품이다.

다둥이 아빠인 작가가 세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기쁨과 고충 그리고 여덟 살 터울의 아내와 함께 진정한 “엄마, 아빠”가 돼 온전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들이 44편으로 구성되어 실려 있다. 그렇게 작가와 그의 아내 그리고 세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친구,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조연인 것이다.

엄마다리를 주물러 주던 아이에게 할머니가 돼서도 지금처럼 해줄 수 있겠느냐는 엄마의 물음에 “할머니가 되면 하늘나라에 가야지”라는 아이의 천진한 말에 눈물을 흘리던 아내! 그러나 아내는 섭섭해서가 아니라 그때쯤이면 이 아이들을 홀로 내버려 두고 이 세상과 어찌 작별하겠느냐는 엄마의 속 깊은 마음에 나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

셋째를 출산한 아내와 아이를 위해 장모님과 당분간 함께 살게 되면서 몸과 마음이 편해져 좋아하면서, 장모님이 해주시는 국과 반찬 맛에 길들여지고, 홀가분히 배낭을 메고 어디론가 긴 여행을 떠나며 신나하는 모습, 그리고 참치김치찌개 맛은 암소와 참치가 씨익 웃고 난 뒤 등을 돌려 저 멀리 석양을 향해 걸어가는 듯 한 느낌이 든다고 표현하는 작가의 평범치 않은 익살스러움에 마냥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렇게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울다, 웃다보면 나의 가족이 전에 없이 사랑스럽고 애틋하게 느껴졌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를 ‘세 살 버릇까지 여름까지 간다’로 잘못 쓴 아이의 글이 제목이 됐다는 이 책에는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행복한 기억들로 인해 잔잔하게 웃기기도 하고, 문득 슬프기도 하고, 때론 가슴을 흔드는 감동이 있기도 한 우리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누구나 공감되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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