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근본적 이유는 누군가 법을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소위 정의와 원칙이라는 엄격한 잣대만이 기준이 됐다면 정상적으로 작동이 됐을 것이나 이를 누군가가 비정상적으로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정치 권력자일수도 혹은 요즘 유행하는 용어인 적폐세력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법조인의 양심을 통해 그러한 요구에 맞서지 못한 것을 탓할 수도 있으나 누군가는 그러한 요구에 호응해 승승장구하고 누군가는 소리 소문 없이 좌천되는 구조적 문제 속에 개인만을 탓할 수는 없겠지요.

이러한 점에서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앞장서서 개혁을 해야 할 것이고 그 개혁은 법을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개선하고 독립성을 보장할 것이냐에 있다고 봅니다. 정권교체 이후에 쏟아져 나오는 각종의 개혁에 대해서 구체적인 방법이 문제일 뿐 그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러한 개혁의 수장으로 임명될 뻔한 후보자가 있었습니다. 그 검증의 과정에서 놀랍게도 타인의 인감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하고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것이 발각됐지요. 이에 대해서 당사자는 과거의 실수 혹은 관행 등을 언급하며 소위 선처를 호소하며 마지막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능한 일 일까요? 만약 그러한 행위를 했다면 형법상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고 만약 소위 이혼경력을 숨겨주기 위해서 혼인무효 판결이라는 놀라운 법적지식을 이용한 것은 그야말로 법원을 기망해 법을 ‘이용’한 것입니다.

물론 형사사건의 변론을 해본 입장에서 본다면 그 경위에 있어서 참작할 부분이 있고 분명 선처를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대상자가 해야 할 책무가 대한민국 법무부의 수장이면서도 이 중요한 정권교체시기에 법조개혁을 추진해야 할 사람이라면 엄격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서 법을 ‘이용’한 전력이 있다면 당연히 이는 결격사유인 것입니다. 과연 스스로 법을 이용했던 사람이 타인에게 그러한 점을 강조할 수 있는 것인지 그러한 내용을 믿고 따라올 것인지 극히 의문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선처를 구한 기자회견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스로 자진사퇴를 한 것에 대해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차분하게 그 자리에 걸맞은 검증된 수장이 임명되길 기대합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자진사퇴가 이루어진 이후 판결을 법원에서 흘렸다거나 검찰개혁을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는 식으로 위 사태를 정치적으로 포장하려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추측컨대 잘못된 임명을 마치 반대파의 정치적 공세로 포장하여 슬쩍 넘기려 하는 것은 아닐까요? 본 사태의 본질은 ‘정치’가 아니라 타인의 인감을 도용하여 혼인신고를 했던 과거 전력이 있는 자가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됐다는 팩트인 것입니다. 그러한 쓸데없는 소모적인 논쟁을 하기 보다는 이번 사태를 돌이켜 좀 더 검증에 검증을 거쳐 적어도 법무부 장관이라면 높은 자격기준을 통과해 건강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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