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 눈물로 나라를 구한 어느 애국자
[김치영의 고전 산책] 눈물로 나라를 구한 어느 애국자
  • 충청매일
  • 승인 2017.06.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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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오자서와 신포서는 본래 초나라 사람으로 친한 친구 사이였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오자서의 부친과 형이 간신의 무고로 인해 초나라 왕에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때 오자서는 가까스로 탈출하여 오나라로 망명하였다. 그때 속으로 다짐했다.

“내 기필코 초나라를 멸망시켜 원수를 갚으리라!”

이에 대해 신포서는 개인의 원한으로 인해 함부로 나라를 배신하지 말라고 충고하였다. 그러나 오자서는 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에 신포서가 말했다.

“만약 자네가 초나라를 멸망하려 한다면, 나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초나라를 구할 것이네.”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끊어졌다. 오랜 후 오자서는 오나라의 새로운 왕을 세우는데 일조하여 신임을 받는 신하가 되었고, 군대를 이끌고 초나라로 쳐들어가 단숨에 점령하고 말았다. 하지만 오자서와 원수진 초나라 왕은 이미 죽고 그 아들이 왕위에 있었다. 오자서는 죽은 초나라 왕의 시체를 무덤에서 꺼내어 갈기갈기 조각내어 찢음으로 원한을 갚았다.

초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이 되자 신포서는 다급해졌다. 서둘러 이웃나라에 도움을 청했으나 다들 어렵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신포서는 마지막으로 강대국 진나라를 찾아가 나라를 구해주기를 요청했다. 마침 죽은 초나라 왕의 부인이 진나라 왕의 딸이어서 진나라가 그냥 보고만 있지 않으리라 판단했던 것이다. 신포서가 진나라 왕을 만나 말했다.

“지금 오나라의 횡포함으로 초나라가 위급합니다. 만약 초나라가 망한다면 오나라는 그 여세를 몰아 진나라까지 확장할 것입니다. 그러면 진나라 역시 편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초나라를 구하는 것이 진나라의 안전에 큰 득이 되는 것입니다. 하오니 대왕께서 초나라에 구원 병력을 급히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진나라 왕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다시 얘기하자며 하루하루 대화를 미루고만 있었다. 신포서가 이를 알고 진나라 궁궐 담벼락에 기대서서 통곡하기 시작했다. 울음소리는 밤낮으로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7일 동안 통곡하다 결국 신포서는 쓰러지고 말았다. 진나라 왕이 그 소식을 듣고 크게 감동되어 신포서를 잘 보살피라 명했다. 그리고 이어 군대에 명을 내렸다.

“저토록 충성스런 신하가 있는데 어찌 초나라가 망하겠는가? 지금 당장 군대를 출정하여 초나라를 구하라!”

진나라 군대가 폭풍처럼 돌진하여 오나라 군대를 무찔렀다. 마침 오나라는 내란이 겹쳐 서둘러 물러가고 말았다. 이렇게 하여 초나라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신포서는 감사의 표시로 진나라 왕에게 아홉 번이나 머리를 조아렸다. 이는 ‘춘추좌씨전’에 있는 고사이다.

진정지곡(秦庭之哭)이란 진나라 궁궐에서 통곡한다는 뜻이다. 위기에 처해 상대의 도움을 청할 때, 열과 성을 다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큰일을 앞에 두고서 행여 적의 도움이라도 필요하다면 체면이나 자존심을 버리고 눈물로 호소할 일이다. 그러면 바위도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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