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란의 해피마인드] 자신감 도둑
[오정란의 해피마인드] 자신감 도둑
  • 충청매일
  • 승인 2017.06.1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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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해피마인드 아동가족 상담센터 소장

막내가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잠들기 직전까지 음식을 달고 살아서 그런지 막내는 통통한 몸을 가지고 있다.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은 고등학생인지라 몸을 움직일 시간 또한 부족하고, 이러저러한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다 보니, 몸무게가 느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걱정이 안 된 것은 아니었다.

점점 넓어지는 아이의 등을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는 저러다가 등이 장롱만 해 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게 바라보곤 했다. 늦은 밤 맛있게 야식을 먹는 막내에게 나는 소형냉장고 문짝에서 대형냉장고 문짝으로 가는 거냐고 놀리며 아이의 다이어트를 독려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럴수록 나의 의도와 달리 아이는 음식을 챙겨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횟수는 늘어만 갔다.

그런 아이가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었다. 반 친구들 셋이서 다이어트 그룹을 만들었다고 했다. 저녁마다 야식으로 먹고 싶은 사진을 올리고 그것을 먹었을 때 벌금으로 오백원을 내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아이의 말을 듣자마자 “용돈 좀 쓰겠네. 벌금 모아서 다시 치킨 먹고, 떡볶이 먹고, 더 살찔 일만 남았네”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는 나를 째려보며 말한다. “엄마는 자신감 도둑이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사실 장난이었다고, 귀여워서 한 말이었다고, 엄마는 늦은 밤에 먹은 야식이 건강에 좋지 않아서 장난삼아 말한 것이라고 서둘러 말했지만 때는 늦었다. 기차는 떠난 것이다.

여자아이에게 자기 외모에 대한 수치심을 갖게 하는 결정적인 원인은 대개 부모의 태도에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반응에서 아이는 그들의 시선을 내재화한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자신의 우상을 만들고 그들과 동일시하고자 한다. 그들의 몸짓을 완벽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나’는 없어지고 그들과 같아지려는‘나’만 있을 뿐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신의 아이들이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나 역시 우리 아이가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기를 바란다. 주눅 들지 않고 자기 자신을 온전하게 긍정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어떻게 자신감을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아이의 말을 듣고 나의 자신감을 훔쳐간 사람들을 떠올려보았다. 그러고 보니 자신감 도둑은 곳곳에 많이도 숨어있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한마디 말에서, 누구와 누구를 비교하는 눈빛에서 매일 보는 텔레비전에서 곳곳의 활자에서 자신감 도둑들이 숨어있었다. 또한 그런 문화를 만들고 사회 환경을 유지하는 것에 일조하며, 가짜 정체성을 주입하는 대상에 대해 문제 제기하지 않으며, 침묵하는 다수가 누구에게는 자신감 도둑일 수 있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능력이 없을 때 또한 자기다움으로가 아닌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거라며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에는 무기력이 만연한다. 나답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해서는 새삼 말해 무엇하리. 도둑은 잡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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