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오 옥천 청산중 교사

학교는 언젠가부터 마을과 멀어졌다. 멀리 도시 놀이동산으로 가는 게 으레 소풍이 된 지 오래다. 마을 뒷동산을 찾던 소풍은 옛 추억이 됐다. 한편, 농촌을 살린다며 많은 예산을 마을에 쏟아 붓기 시작했다. 체험마을을 조성하고, 농촌인성학교와 교육농장을 만들고, 팜파티를 열었다. 그런데 관광객만 간혹 찾을 뿐, 정작 우리 아이들은 그곳에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간의 행정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방식이 많았다. 행정은 책상머리에서 혼자 고민해 결정했고, 현장의 상황과 필요는 뒷전이기 일쑤였다. 2016년 한 해 동안 교육청에서 학교로 내려간 공문이 3만723건이란다. 학교는 여전히 교육보다는 공문에 허덕이고, 교육지원청은 학교 보다는 도교육청을 지원하기 바빴다.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했다. 학교와 마을은 견우와 직녀처럼 우선 얼굴을 맞대야 했다. 옥천행복교육네트워크와 학교정책지원단, 행복교육지구준비위원회가 구성되어 다른 지역 혁신교육지구 사례를 듣고 탐방을 다녔다. 면지역에서는 이원행복교육포럼, 청산청성아카데미, 안남배바우책모임 등이 속속 생겨났고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매개로 새로운 마을교육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은 현장체험버스가 절실하다 알려주었다. 마을강사를 섭외하고 안전도우미를 지원하고, 성범죄 조회와 음주 측정 그리고 사후 정산까지 책임지는 도우미 같은 행정이 필요하다 말했다. 첫 걸음으로 18학교에 183대 버스를 학교에 지원했다. 충북산과고에서는 이원묘목축제에 참가했고, 옥천중은 걸어서 자전거로 마을교육여행을 떠났다. 옥천여중은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봉사를 나가고, 청산중·고는 동학을 주제로 마을탐방을 다니고 있다. 초등에서는 교육과정과 연계해 마을교과서를 만들 계획이다. 버스 한 대당 35명만 잡아도 연간 6천400여명의 학생들이 멀리 도시로 나가지 않고 우리 지역에서 보고 배운다는 뜻이니, 곧 마을이 배움터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옥천행복교육지구는 지난 석 달 동안 옥천행복교육지원센터를 만들고, 학교의 마을교육과정을 돕고, 공모사업으로 지역에서 7개 분야에 60개 기관을 선정해 위탁했다. 개중에는 어설픈 것도 분명 많을 것이다. 그 동안 수많은 회의가 열렸고, 다양한 위원회가 조직됐다. 모이면 사람들은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했다. 지역민은 지역의 언어를, 장학사는 교육자치의 언어를, 군청은 일반자치의 언어를 사용했다. 나중에 청소년의 언어도 더해질 것이다. 바벨탑 마냥 오해와 불신만 쌓아 무너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성장통이라 믿는다. 이 통과의례를 지나면 분명 지역과 학교에 다채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 것이다.

지역 청소년은 우리 지역이 지속하고 성장하기 위한 생장점이며, 미래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기 삶의 터전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참여와 소통, 거버넌스를 통해 학교와 마을의 벽을 허물고 마음을 모으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개천에서 용 나는 교육을 넘어, 개천을 행복하게 만드는 교육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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