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전 청주예총 부회장

누구나 현직에서 퇴임하게 되면 한동안은 방황하기 마련인가 보다. 수년 전 필자도 그런 과정을 겪었다.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서글픈 마음을 달래기 위하여 멀리 떠난다고 떠난 곳이 ‘강릉’이었다. 마침 ‘강릉단오제’가 열리고 있었기에 비교적 자세히 둘러볼 수 있었다. 행사 규모면에서 여타의 행사보다 엄청나게 커서 깜짝 놀랬다. 내용도 아주 다양하고 흥미가 있었는데 특히 무녀(巫女)들의 굿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강릉단오제가 등록되자 중국 측에서 “단오는 중국의 전통명절”라며 반발했다.

단오가 되면 필자는 타임머신을 타고 60여 년 전 어린 시절의 고향마을로 달려간다. 청년들이 모여서 짚을 꼬아서 동아줄을 만들고, 시냇가 버드나무에서 ‘그네’를 타던 모습이 선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네’는 마을의 축제이며 처녀 총각들의 가슴 뛰는 사교장이었다. 정말 훌륭한 민속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단오는 어떠한가? ‘유명무실’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단오란 이름조차도 잊혀 져 가고 있다. 단오뿐이 아니다. 우리들의 소중한 전통과 아름다운 미풍양속들이 사라져버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에 등록된 것은 자랑스런 행사는 될지언정 서민들의 생활속에 자리하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비하면 중국의 단오는 거국적 국가 명절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단오날가 ‘유명무실’이라면, 중국의 단오는 명실상부한 ‘유명유실(有名有實)’이었다. 올해도 5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단오연휴였는데 정말 ‘거국적인 명절’이라서 놀라기도 부럽기도 하였다.

필자로선 중국에서 이태 째 맞이하는 ‘단오날’이었다. 이번 단오연휴에는 근무하고 있는 학교로부터 아주 푸짐한 선물을 세 상자나 받았다. 중국인들은 음식을 대접할 때나, 선물을 줄 때 푸짐하게 주는 것이 예의란다. 선물 세 상자 가운데는 종쯔라는 것이 있었다. 찹쌀가루를 대나무 잎으로 싸서 삼각형으로 만든 음식을 말하는데, 단오 2~3일전부터는 길거리에서 팔기 시작한다.

그런데 ‘종쯔’에는 전국시대 초나라 충신 ‘굴원’에 얽힌 사연이 스며져 있다. 간신배들로 인해 국론이 분열돼 진나라의 공격으로 패망하는 것을 보고 비분강개(悲憤慷慨)한 굴원은 ‘멱라강’에 투신해 최후를 맞는다. 이를 본 어부들은 물고기들이 그의 시신을 뜯어먹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음식을 갈잎에 싸서 강물에 던졌다고 한다. 이런 애틋한 사연과 위국충절의 혼이 담긴 음식이 ‘종쯔’다. 굴원의 위국충절을 기리는 ‘용선경주(龍船競走)’는 중국의 거국적인 스포츠 행사로 정착됐다. 정부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있었기에 오늘의 단오가 거국적이 명절로 자리하게 됐다. 단오절 연휴동안 TV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중국꿈(中國夢) 나의꿈(我的夢)’이었다. ‘굴원의 충성심을 본받아 13억 중국인들이 역량을 하나로 결집시켜 ‘중국 꿈’을 이룩하자!’는 것을 TV자막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단오절에는 ‘중국꿈’이라는 원대한 포부가 담겨져 있었다. 단오절의 정신을 통해 13억 중국인이 역량을 결집해 굴기하자는 청사진이 ‘중국꿈’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필자는 오싹하는 전율을 느꼈다. 명절 하나에도 국가적 비젼을 담아 추진하는 중국을 보자! 우리에게도 우수한 전통문화가 무수히 많다. 문화창달을 통하여 배달민족의 꿈을 이룩해 보자. 이것이 바로 필자가 주장하는 ‘타산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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