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철 아동문학가

아들 내외가 신혼여행을 다녀왔을 때 아버지로서 몇 가지 당부의 말과 함께 “허니문이라는 뜻은 결혼 초 꿀같이 달콤한 기간으로 보통 한 달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달콤한 기간 동안에 신랑 신부가 웃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먼 미래를 위한 설계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국회의사당에서 정부요인과 국회의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9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대통령 탄핵과 정치권의 분열로 인한 격동의 국내 상황과 사드문제로 인한 국제정세가 아마 소박한 취임행사를 유도한 것 같다. 어쨌든 대통령 취임식과 동시에 국민들은 안정감을 되찾았고 다시 생업에 열중하게 됐다.

각종 언론을 통해 대통령이 참모들하고 함께 커피를 마시며 산책하는 모습이나, 부인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하는 모습, 그리고 경호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겉옷을 벗는 모습 등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것이 어떤 면에서 연출된 모습이 있을지라도 종전의 권위적인 대통령모습만 보아 온 국민들은 새 대통령의 서민적인 행동과 소탈함에 환호와 진정어린 박수를 보냈다. “맞아, 바로 이 모습이 우리가 원하던 대통령의 모습이야!”

대통령은 후보자 때부터 통합과 협치를 통해 새 정치를 구현하겠다고 했다. ‘광화문 대통령’으로서 소통과 겸손으로 국민을 섬길 것을 여러 차례 다짐도 했다. 또 함께 일할 사람에 대한 인사도 종전의 방법과 달리 자기와 친분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필요하면 인선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여러 사람이 청와대 참모로 또 장관으로 발탁되어 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국무총리 청문회에서 불거진 위장전입 관련 인사잡음은 며칠 동안 언론을 시끄럽게 했다. 국무총리가 처음 지명됐을 때 분위기로는 쉽게 통과하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만만치가 않다. 대통령은 난제를 풀기 위해 앞으로 병역비리,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탈세, 논문표절 등 5대 비리에 대한 구체적인 인사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부 야당은 들은 척도 않는다.

여야가 바뀌는 시기를 보면 마치 태풍의 눈처럼 조용하다. 앞으로 어떤 태풍이 불을지 정확히 예축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를 관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조그마한 약점이 보이면 바로 공격하여 흠집을 내고 태풍으로 전환한다. 그 태풍은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고서야 잠잠해 질 것이다.

우리아들에게도 ‘허니문’ 기간이 지났다. 이제부터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야 할 시간이다. 정치도 똑 같다고 본다. 승리의 축배와 함께 이념적 분노도 적대감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비록 수단과 방법이 달랐지만 모두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아끼는 충정에서 나온 표출물이다. 허니문 기간에 촛불로 밤을 밝히고 태극기의 물결로 얼어붙은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촛불도 태극기도 모두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