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월 대전대 청주한방병원내과3

억울하고 분한 생활이 지속돼 발생하는 질병인 화병. 화병의 한의학적 병리기전은 감정반응이 불완전하게 억제돼 장기간에 걸쳐 누적되면서 발생하는데, 그 원인으로는 다섯 가지 정도를 들고 있다.

첫째는 분한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안에 쌓아서 발생하는 간기울결의 경우인데, 감정의 활동이 과도하거나,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고뇌와 분노가 쌓이는 경우, 감정의 억울함이 풀리지 않는 경우, 화가 난 것이 오래 동안 안에 쌓여 있는 경우에는 간의 정상적인 기능에 문제를 일으켜 간의 기운이 쌓이고 막혀 열로 변화해 위로 거슬러 올라와서 화병을 유발하게 된다.

둘째는 여성의 기운이 울체돼 몸의 수분이 부족해지면서 열기가 위로 치받아 오르는 경우인데, 여성의 경우 스트레스를 잘 받고, 잘 풀지 못하는 특성과 함께 폐경기가 돼 신장의 기능이 허약해지고 간의 기운이 손상을 받게 되면 혈액과 진액 또한 손상을 받아 열을 제어하지 못해 화병이 발생된다. 셋째는 감정의 과도가 화의 양상을 띠는 경우인데, 모든 감정과 정서는 과하게 되면 화(火)의 양상을 띠게 되고, 이는 인체의 기혈 음양에 영향을 미쳐 화병이 발생된다.

넷째는 쌓이는 것이 오래되면 화로 발전하는 경우인데, 화병의 감정은 단순한 일회적인 분노의 감정과는 달리 보다 장기적이고 의식적으로 억제해온 누적적인 감정이며, 한편으로 걸러지기는 했으나, 아래로 가라앉으며, 쌓인 감정의 병리기전을 밟게 되는데, 결국 잠복되는 심리적인 요인이 오래되면 화의 양상을 띤 병으로 나타나게 되고, 풀리지 않는 감정이 오래 쌓였다가 화병으로 발전하게 된다.

다섯째는 물과 불기운의 조절을 맡고 있는 장기인 심장과 신장의 교류가 원활하지 못해 발생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화의 통제력이 줄어드면서 화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노화되면 신장의 물이 부족해 심장의 화를 통제하지 못하므로 심장의 화가 홀로 왕성해져서 화병으로 발전하게 된다.

화병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는 ‘정신과 육체는 나눌 수 없는 하나’라는 이론에 입각해 오장의 기능을 조절하고, 강화함으로써 정신 기능을 도와주며, 자율신경의 안정을 가져옴으로써 증상개선과 함께 치료가 이뤄진다.

환자의 치료에서 고려돼야 할 사항은 화병의 특징적 증상 중 열에 대한 문제, 답답함에 대한 문제, 정서적 측면과 신체의 취약성 등을 들 수 있다. 한방 치료법으로는 화병의 특징적인 증상과 환자의 체질 및 신체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입각해 변증한 한약 처방, 뭉친 기운을 풀어주고, 기운의 소통을 돕기 위한 침 치료와 향기 요법, 부항 요법, 열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되는 냉증 개선과 체력 보강을 목표로 시행되는 뜸 치료, 정신 심리적인 안정을 위한 인지치료, 가족 치료 등이 병행해 시행된다.

화병치료의 완치 및 증상개선에는 여러 한계점이 존재하는데, 화병은 생활상의 문제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증상의 개선이 있더라도 환경적인 변화가 없이는 완치가 어렵다는 점, 다른 정신과적 병과 병합돼 발생하는 경우도 매우 많으므로 우울증이나, 수면장애등의 선행 질환이 우선치료 되거나 병행치료가 돼야 한다는 한계점, 생활적인 측면까지 연관돼 습관화돼 버렸으므로 질환에 대한 치료기간이 길다는 측면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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