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이낙연 총리후보자 국회인준과 관련, 위장전입 논란에 대해 직접 입장을 표명하면서 꽉 막혔던 정국의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수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인선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 대해 야당 의원들과 국민들께 양해를 당부 드린다고 전제한 후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해 공약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위장전입 논란이 불거지면서 총리인준절차가 늦어지자 어떻게든 국정을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위장전입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는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20여년이 넘은 오래전 일이고 부인이 위장전입으로 당초 원했던 좋은 학교 배정은 이뤄지지 않아 어떤 혜택도 누리지 못한 점 등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가 대통령 공약에 제기된 인사배제 5가지 원칙이 너무 광범위하고 막연해 구체적인 수정안을 내놓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키로 했다.

어쨌든 인수위 없이 급박하게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여느 정권교체와 다르게 국정공백이라는 큰 부담을 안고 있다. 국정 안정을 위해 총리를 비롯한 내각 구성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 때문에 위장전입으로 큰 이익을 보지 않았다면, 야당은 대승적 협치 차원에서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주고 총리인준안에 합의해줘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 총리후보자에 대해 국회 인준에 찬성하는 의견이 72.4%(매우 찬성 38.9%·찬성하는 편 33.5%)로 압도적이다. 이 조사는 대부분의 국민은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을 믿고 있고 문 대통령이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이뤄진 전남도지사 출신의 이 후보 지명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일이다. 이 후보자가 총리로 임명되고 각 부처 장관 임명도 곧바로 이어져 하루속히 국정이 정상화되기를 고대하는 것이다.

국민은 너무 오랜 시간 혼란스러운 국정으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국회가 큰 허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 운운하며 정치적 발목을 잡는다면 오히려 야당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공약은 당연히 모두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공약을 선별하고 좀 더 짜임새 있고 완벽하게 재정비하는 과정도 국민은 기다리고 지켜볼 준비가 돼 있다. 이를 야당이라는 이유로 정치권에서 현 정부에 대해 지나치게 흠집 내기로 일관한다면 민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휴일을 반납하고 이틀 째 국회를 찾아 대승적인 차원에서 총리인준을 당부하며 야당과 물밑 접촉을 시도했다. 덕분에 국민의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총리인준안 처리에 협조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입장 발표가 나왔으므로 야당으로서는 인준 거부를 철회할 명분은 제시됐다고 본다. 국회는 절차대로 청문보고서 채택과 인준안 표결을 진행해 어수선한 국정 안정화에 협치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