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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4부 최풍원 장삿길로 나서다 <101>
2017년 05월 29일 (월) 17:06:53 충청매일 webmaster@ccdn.co.kr

천 리를 가지 못하더라도 포기를 하지 말고 백리라도 가는 게 좋다니 무슨 당치도 않은 소리란 말인가. 더구나 이제까지 풍원이가 보아온 우갑 노인은 한 번 세운 계획을 수정하거나 하는 그런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도 그때는 그랬지.”

우갑 노인이 풍원이의 단언에 빙그레 웃었다.

우갑 노인은 의욕이 철철 넘쳐흐르는 풍원이를 보며 문득 자신의 과거가 떠올랐다. 우갑 노인의 고향은 단월이었다. 집안은 대대로 소작농이었으니 가난은 말 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다 가장인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였다. 눈만 뜨면 아버지는 단월 나루터 언저리 주막들을 전전하며 오가는 뱃꾼들이나 행상들에게 들러붙어 탁배기 잔을 구걸하며 보내는 것이 일과였다. 그러니 집안은 살림이라 할 것도 없이 무참할 뿐이었다. 게다가 자식은 열 두 남매나 되었다. 가장이 뼛골 빠지게 일을 해도 가솔들 입 해결이 어려웠던 시절에 아버지가 그렇게 호랑방탕 했으니 굶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렇게 가솔들을 내팽겨쳐두고도 뭐가 그리도 당당한지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면 술이 깰 때까지 어머니와 자식들에게 주먹다짐을 하며 주정을 했다. 그것이 일상사였다. 지옥 같은 소굴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어린 시절 우갑의 집이었다. 선친의 생전보다도 훨씬 많은 나이를 먹은 지금에 와서 생각해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진저리나는 어린 시절이었다.

우갑이가 지옥 같은 집구석을 벗어난 것은 도진태 덕분이었다. 아주 어려서부터 우갑이와 친했던 진태가 배를 짓던 아버지에게 떼를 쓰다시피 하여 밥이나 먹여주며 허드렛일을 거들도록 해준 것이었다. 진태 아버지도 착실한 우갑이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틈틈이 잔심부름을 시키다 배짓는 기술을 가르쳐볼 요량이었다. 우갑과 진태가 평생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아마도 우갑이나 진태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바로 그 시절이었다.

그러나 우갑이가 진태네 집에서 일을 하며 즐거웠던 시절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우갑이 아버지가 탁배기 값을 받고 우갑이를 행상에게 팔아넘겨버렸기 때문이었다. 우갑이가 여덟 살 때였다. 진태 아버지가 우갑이 아버지를 만나 설득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보게, 우갑이가 아직은 나이 어리지만 재주도 있어 보이니 내게 맡겨줌세. 좀 더 힘이 붙어 일할 만한 나이가 되면 내가 기술을 가르치겠네. 그럼 지 가솔들하고 밥이야 걱정 않고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진태 아버지가 우갑이 아버지에게 사정을 했다.

“그까짓 배 짓는 것 운제나 배워 돈을 번댜?”

우갑이 아버지가 코웃음을 쳤다.

“아들 장래를 생각하게!”

“당장 탁배기 값이 급한데 무슨 냉중이여. 냉중냉중 하다 내 목젖은 다 타!”

우갑이 아버지에게 아들의 장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아들이고 나발이고 당장 자신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술 한 잔이 더 급했다.

“에라! 이눔의 새끼야! 짐승도 지 새끼를 너처럼 하진 않을 거다. 개만도 못한 눔의 새끼!”

인간 같지도 않은 행태를 보다 못해 화가 머리끝까지 뻗힌 진태 아버지가 우갑이 아버지를 땅바닥에 패대기를 쳤다.

그 일 이후 우갑이는 진태네 집을 떠나 행상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우갑이가 행상을 따라다니며 한 일은 짐을 져나르는 일이었다. 행상일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더구나 우갑은 열 살도 아닌 여덟 살 어린 나이였다. 우갑이를 산 행상은 모질고 혹독했다. 자신만 살 수 있다면 옆에서 다른 사람이야 죽든 살든 아무것도 상관이 없는 인간이었다.

행상은 산지에서 물산을 사거나 큰 고을의 전에서 아니면 나루터 객주나 중간상인들로부터 물건을 매입했다. 그리거는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 산지사방을 돌아다녔다. 행상은 일정한 거처가 없는 뜨내기 장사였다. 전이나 가가처럼 앉은장사가 아니라 서서 하는 장사였다. 그나마 행상은 선장사를 할 때가 가장 편한 때였다. 행상은 손님을 찾아가는 장사였다. 그러니 앉은장사를 하는 시전이나 향시의 전은 누워서 떡먹기 장사였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면 시작해 해가 넘어가 껌껌해져서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여덟 살 우갑이에게는 빈 몸으로 걸어도 힘에 겨운 일이었다. 그런데도 우갑이를 산 행상은 인정사정이 없었다. 물물교환으로 바꾼 산지의 곡물자루는 모두 우갑이에게 지우고 자신은 건어물 같은 가벼운 물건만 지고 걸었다. 그러다가도 자신의 기분에 맞지 않거나 서툴 리면 뺨때기를 치는 것은 다반사고 지게작대기로 두들겨 패기가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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