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중동, 이슬람, 아랍이라는 말을 들으면 언뜻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요? 석유, 전쟁, 근본주의, 빈라덴, 알카에다, 아이에스 같은 말들일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알려진 정보들입니다. 왜 이럴까요?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가치관으로 사는지, 우리는 잘 알 수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슬람을 공격하거나 이슬람세계로부터 무언가를 빼앗으려는 측으로부터 그들에 대한 정보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는 이슬람 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그들의 숨소리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오일 달러를 제공해주는 나라, 미국과 대립하고 싸우는 나라, 무자비한 테러를 용인하는 나라, 이스라엘과 싸우는 나라로 이슬람 국가를 기억합니다.

최근에는 이슬람 권 국가에서 우리나라로 산업연수를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슬람교 사원도 들어섰고, 이슬람의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생활속으로 이슬람이 들어왔지만, 외국인에 대한 편견 중에서도 이슬람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가장 잘 안 벗겨지는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터번을 비롯하여 차도르 같은 소품들이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게 주는 좋지 않은 인식도 있어서 프랑스에서는 그게 법률상의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차도르를 공공장소에서 쓰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이 통과된 것인데, 이것을 두고 신앙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냐,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냐 하는 부분에서 논쟁이 일기도 했습니다. 아직 외국인을 받아들일 준비와 자세가 덜 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외국인들이 겪을 어려움이 쉽게 예상됩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방송을 통해서 외국인들의 삶이 적지 않게 소개돼 인식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습니다.

그런 오해 중에서도 가장 심한 것이 이슬람 과격주의입니다. 이슬람은 2천년간 세상을 지배해온 신앙이기 때문에 당연히 평화에 기초합니다. 그렇지만 근세의 정세로 인하여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단체들이 생기면서 극단화가 진행되었고, 그런 모습만 우리에게 알려졌습니다. 기독교에도 극단주의자들이 있어서 곳곳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지만, 그들보다 이슬람 극단주의가 훨씬 더 나쁜 것으로 알려진 것은 편향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근대사의 전개과정에서 생긴 일이지요. 이런 편향을 극복하고 이슬람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것은 잠깐씩 나타나는 방송매체나 언론이 아니라 제대로 된 책을 통해서 전체를 조명할 수 있는 그런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슬람을 제대로 소개하는 책을 만난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근래에 세계 여행이 자유화되면서 여행자들이 쓰는 여행기나 여행 방송을 통해서 서서히 이슬람 사회의 내부가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겉모습만 보고서는 그들을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오늘에 이르렀는가 하는 것을 알지 않으면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알아야 하는데, 이슬람 사회의 전문가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좋은 책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겨우 찾아낸 책이 이 책입니다. 1992년에 샀으니, 아마도 그 후에는 이슬람에 대해서 좋은 책이 나왔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슬람은 아직도 먼 나라입니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다음 것이 볼 만합니다. 시와 진실 출판사에서 낸 ‘한스 큉의 이슬람(손성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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