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사는 진정성과 절절함, 그리고 단호함이 묻어났다. 새 정부 출범 후 정부의 첫 공식행사였던 5·18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의 기념사는 이를 지켜본 국민들이 숙연해져 눈시울을 적실만큼 감동을 주었다. 현장에서 15분 남짓 연설시간 동안 무려 스물 네 번의 박수가 나왔다. 마지막에는 시민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는 “37년 전 그날의 광주는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장면”이라는 말로 시작해 “상식과 정의 앞에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숭고한 5·18 정신은 현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가치로 완성될 것”이라고 마무리한 절제된 언어로 5·18과 광주정신이 지닌 의미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행정 수반으로서의 약속을 담아냈다.

문 대통령은 5·18과 ‘그날의 진실’은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성장시켜준 힘”이었다며 5·18민주화운동을 대한민국 민주주의 버팀목, 민주주의의 이정표, 민주정부의 맥이자 적통(嫡統), 고통과 치유, 통합으로의 승화, 촛불로의 부활로 해석했다. 이와 함께 5·18 민주화운동 진상 규명과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아 개헌을 완료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과 국민들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헬기 사격까지 포함해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내고 관련 자료의 폐기를 막는 등 5·18 진상 규명에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으며 지난 정부에서 논란이 돼 왔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닌 오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이고 5·18정신, 그 자체라며 제창으로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역사를 기억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객석에 앉은 시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은 오월의 죽음과 광주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세상에 알리려했던 희생자들인 “1982년 광주교도소에서 광주 진상규명을 위해 40일간의 단식으로 옥사한 스물 아홉살 전남대생 박관현, 1987년 광주사태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분신 사망한 스물 다섯살 노동자 표정두, 1988년 광주학살 진상 규명을 외치며 명동성당 교육관 4층에서 투신 사망한 스물 네살 서울대생 조성만, 1988년 광주는 살아 있다를 외치며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스물 다섯살 숭실대생 박래전”의 이름을 일일이 직접 부르는 순간이었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헛되이 하지 않고 더 이상 서러운 죽음과 고난이 없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숙연하고 의연한 연설이었다.

대통령의 기념사 외에도 37주년 5·18기념일은 어느 해 보다 뜻 깊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이니, 합창이니 하는 논란으로 국민을 분열시켰던 어리석음을 종식시켰으며 5·18민주화로 상처가 깊었던 희생자 가족과 광주시민의 아픔을 서로 안으며 어느 정도 치유해준 날이었다. 시민 누구나 기념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 1만 여명이 참석한 최대 규모였으며 단 한 번의 기념식으로 국민이 통합하고 그로인해 많은 사람들이 힐링 받을 수 있었던, 5·18과 광주민주정신을 바로 세운 의미 있는 기념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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