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원 충북도 유기농산과 주무관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의 도공(悼公)에게는 위강(魏絳)이라는 뛰어난 부하가 있었다. 전쟁에서 공을 세운 위강에게 도공이 선물을 하사하려하자 위강은 거절하면서 “편안할 때에 위태로움을 생각하고 대비하면 걱정할 것이 없게 된다”라고 충언을 했다고 한다. 훗날 도공은 천하를 통일했다.

9988 장수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건강하고 여유로운 노년의 삶을 위해 위강과 같은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기도 한다.

가입목적과 보장항목에 따라 판매되는 보험상품도 무수히 많다. 당장은 다달이 지출하는 보험료가 부담되기도 하지만 보험은 미래를 위한 투자, 곧 노후의 안전망인 셈이다.

농업에도 ‘농작물 재해보험’이라는 안전망이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자연재해를 우리는 이상기후 때문이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더 이상 이상기후가 아니라 상시화 된 기후라고 주장한다. 태풍, 폭설, 폭우, 혹서, 혹한이 평상 기후가 됐다는 의미다. 문제의 심각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나마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우리 충북도 지난해에는 폭설, 강풍, 호우, 폭염 및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과 시설물 피해로 55억원 정도의 복구비가 소요됐다. 이제 더 이상 충북도 농업재해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2001년에 도입돼 올해로 17살이 됐다. 미국(1938년), 일본(1947년)에 비하면 역사가 짧지만, 짧은 기간에 비하면 많은 성과를 거뒀다.

도입 초기에는 과수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현재는 시설작물·식량작물·임산물 등 54개 품목으로 확대됐고, 가입대상 지역도 일부 품목의 주산지 중심에서 전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또한 농업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비 50%에 지방비 30%를 더해 80%의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우리 도는 2015년부터 5% 지방비를 추가로 지원해 농업인이 총 보험료의 15%만 납부하면 가입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 도의 지난해 재해보험 가입률을 보면, 사과 45%, 배 37%, 대추 24%, 벼 20% 등 전체 재배면적의 15% 수준이다. 사과, 배를 제외하고는 가입률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재해보험에 대한 농업인의 인식이 예전보다 개선됐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도 재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을 생각해 보험료를 손실비용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품목별 가입 시기에 따라 지역농협에 신청하면 된다. 우리 도 전체 재해보험 가입면적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벼의 경우 지난 4월 24일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며, 오는 6월 9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태풍, 우박,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와 조수해(새나 짐승으로부터의 피해), 화재피해는 물론, 병해충특약에 가입하면 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 벼멸구, 도열병으로 인한 피해까지 보상받게 된다.

벼 1㏊를 경작하는 농업인의 경우 벼 1포대(40kg) 값도 안 되는 3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가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만약 누군가 나를 위해 자동차 보험금의 85%를 대납해 준다면, 아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할 것이다.

모든 도내 농업인들이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해 농업재해에 불안해하지 않고 농가소득도 보장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농업인을 만나게 되면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하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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