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나 민주선거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에게 명언처럼 따라붙어 다니는 말이 있다. 외밭에서는 벗어진 신발을 다시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는 머리에 쓴 관을 고쳐 쓰지 말라는 중국 고시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다. 길을 가다 참외 밭에서 조차 신발을 다시 신어 애꿎은 말과 행동으로 오해를 받지 말라는 오래된 명언이지만 현대의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새겨야할 말이기도 하다.

문재인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들이 가장 절박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에서 검찰개혁, 사회개혁 등을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많은 국민들이 부패한 고위 공직자들에게 실망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며, 이를 바로잡아 우리 사회를 투명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열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국민의 열망에 힘입어 문 대통령이 17일 검찰 수뇌부의 이른바 ‘돈봉투 만찬’ 논란과 관련해 법무부와 검찰청에 감찰을 지시했다. 돈봉투 논란은 국정농단 의혹 수사 책임자였던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최순실 게이트 수사 발표 나흘 뒤 만찬을 갖고 격려금을 주고받은 것과 관련한 것이다. 이것을 시발점으로 정부가 검찰개혁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의지가 제대로 반영돼 이번 기회에 수십년 적폐인 검찰개혁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처럼 전 국민이 검찰개혁과 사회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오얏나무 밑에서 머리에 쓴 관을 고쳐 써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청주시의회 의원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언식의원은 청주시 제2 쓰레기 매립장 조성 예산을 심의할 제26회 시의회 임시회 개회 직전인 지난달,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폐기물 처리업체 ‘ES청원’ 임원과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이해 할 수 없는 점은 신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은 청주시가 ES청원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는 것이다. 의혹을 제기했던 당사자 중 한명인 신 의원이 정작 그 관계자들과 예산심의 직전 골프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특혜의혹 제기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 의원 중 한사람인 신 의원이 ES청원 임원과 해외 여행한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한 일이다. 신 의원은 하필 특혜의혹이 일고 있는 업체와 여행한 경위에 대해 시민께 사과하고 분명하게 해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십년지기 친구의 요청’ ‘매립장에 관한 얘기를 일절 나누지 않았다’는 등의 변명으로 일관한다면 문제가 더욱 확대 될 수밖에 없다.

사법기관은 청주시의 ES청원 특혜의혹은 물론 신 의원의 부적절한 해외여행 등 모든 사안에 대한 엄중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고위 공직자 내지 선출직 의원들의 행동거지가 더욱 투명해질 수 있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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