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숨진 김초원, 이지혜 기간제 교사가 3년만에 순직을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이들 교사의 순직 처리 지시를 내렸고, 인사혁신처는 곧바로 순직 인정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손쉽게 진행시킬 수 있는 일을 3년이 넘도록 철저하게 외면해 온 인사혁신처의 이중적인 태도에 약자의 서러움이 치민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일 두 교사는 탈출이 상대적으로 쉬운 5층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들은 학생들을 챙기기 위해 4층으로 내려갔다. 기간제 교사라지만 정규직 교사 못지않은 소명의식으로 제자들을 구하려다 희생된 것이다. 그럼에도 국가는 이들을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정규직’이라는 틀에 가둬 의로운 죽음을 폄하했다. 속내는 전국 4만6천여명의 기간제 교사를 공무원으로 적용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다소 혼란이 있었겠지만 제도개선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했지만 무조건 거부했다.

그렇게 막혀 있던 순직 처리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술술 풀리는 것을 보니 대통령 한 명이 가져오는 변화를 실감한다. 박근혜 정부가 계속 됐다면 이들은 지금도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다’라는 옹색한 논리에 묶여 명예를 되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당연한 일을 정상화 시키는데 1천일이 넘는 세월을 허비했다는데 국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 비정규직의 문제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갈수록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비정규직 고착화는 이제 돌이키기 힘들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임기 안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다고 말했지만 쉽게 풀릴 사안이 아니다. 올해 3월 말 현재 정부 산하 공공 및 부설 기관 355곳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은 14만4천여명으로 전체의 33.6%를 차지한다. 공공기관 4곳 중 1곳은 비정규직 비율이 50%를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이렇듯 비정규직을 많이 쓰는 것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탓이다. 정규직의 고임을 보장하기 위해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직원을 채우는 것이다.

더 큰 난제는 민간부문이다. 민간사업장의 비정규직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이미 알려져 있다.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 임금의 35% 수준에 머문다는 조사도 나와 있다. 비정규직 차별을 줄이기 위해서는 임금 양극화 현상을 바로잡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신의 직장이라는 공기업 정규직의 임금체계를 손보고, 귀족노조로 대변되는 대기업 노조의 양보 없이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 비정상을 정상화시키는데 정부의 능력 발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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