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이날을 보내면서 스승의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예로부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다. 나라의 임금님과 스승과 부모님은 다 같이 존경하고 귀하다는 뜻이다. 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만큼 스승의 길은 높고 크게 존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그렇지 못해 교육의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가르치는 선생이 존경 받지 못하고 배우는 제자 사랑이 실종(失踪)된다면 어찌 이 땅에 참된 교육이 바로 설수 있겠는가. 참된 사도정신을 가진 이는 스승의 날 기념식 조차 전폐하는 유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탄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부터 수많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한다. 나도 많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왔지만 가장 감동을 주었던 선생님은 초등학교 시절 6학년 담임선생님이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이었다. 8·15해방과 한국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에서 비가 새는 천막교실에 나무토막을 의자로 삼고 공부했다. 글씨도 희미한 마분지 교과서에 몽당연필이 전부였다. 가르치는 선생님의 열정과 학생을 사랑하는 헌신적인 노력 하나로 교육의 근본을 이어온 버팀목이 됐다. 당시 선생님들은 열악한 교육환경과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교단을 지켜온 것이다. 나의 담임선생님은 학생 진학을 위한 학습지도는 물론 온화하면서도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하신 분이셨다. 헌신적인 과외진로지도로 자신의 건강도 돌보지 않으시고 과로에 쓰러지신 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제자들은 감사한 마음에 머리가 숙여질 뿐이었다. 스승의 은혜와 사랑에 감복했기 때문이다. 나도 교직자로 한평생을 살아오면서 그때 담임선생님의 교육열을 본받아 제자들에게 최선을 다했는지 항상 자책(自責)하며 살아왔다.

험난한 인고(忍苦)의 세월! 그 가파른 사도(師道)의 길에 한평생을 보내시고 퇴직을 하셨다. 나는 선생님께서 퇴직 하시던 날 사은사를 읽으면서 목이 매여 눈시울을 적시던 일을 기억한다. 퇴임 하신 후에 와병(臥病)에 시달리고 계실 때 찾아 뵌 적이 있었다. 그때 담임선생님은 병고에 시달리는 자신보다도 제자들의 안부를 더 걱정하는 훈훈한 인품에 다시 한 번 감동해 가슴이 뭉클 했었다. 명예(名譽)와 권력 에 따라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것이 세상인심이요 세태(世態)인데 교단을 묵묵히 지켜온 선생님은 부(富)도 명예(名譽)도 권세(權勢)도 뒷전이었다. 정말 외롭고 쓸쓸한 외길 인생을 살아오신 것이다. 그래서 스승의 날만 되면 그 책을 꺼내서 읽으며 하늘같이 높은 스승의 은혜를 잊지 못하고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래 물도 맑다는 평범한 진리를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는 가. 다만 그 실천이 어려운 것이다. 촛불이 스스로의 제 목숨을 태워 수많은 꿈나무의 등불이 되는 것처럼 스승의 길은 어린 심혼(心)을 밝히는 작은 불씨라고 본다. 그 불씨가 비록 작지만 전국 도처에 퍼져 밤하늘의 잔별처럼 둘레를 밝히며 나라와 겨레를 위해 제몫을 다한다고 생각할 때 스승의 길이 힘들고 어렵지만 자꾸 높아만 보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