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조선시대 초기의 학자 성현(成俔)은 그가 지은 ‘용재총화’ 권9에 송나라 사람 당자서(唐子西)가 온천에 관한 것을 말한 논탕천기(論湯泉記)를 근거로 우리나라 온천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추가했다. 이 글에서는 온천에 대해 성인(成因:사물이 이루어지는 원인)과 기원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성현은 당자서가 온천 생성과정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되었음을 말한 것에 과학적 가설을 실험으로 검증해 온천의 형성과정을 밝혀냈다. 그 내용을 2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어떤 설(說:학설)에는 염주(炎州: 전설 속에 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솟는다고 하는 중국 남해의 섬) 땅의 성질이 몹시 더운 까닭으로 산골짜기에 탕천(湯泉:온천)이 많다 하고, 어떤 설에는 물에서 유황(硫黃)이 나오면 땅 속이 따뜻하니 맨 처음부터 남북(南北)을 가리지 않는다 했다.

그러나 지금 임동(臨潼) 탕천(현재 중국 섬서성(陝西省) 서안(西安))은 정서(正西)에 있고, 염주의 남은 물도 반드시 뜨겁지 않으니 땅의 성질에 관한 학설은 이미 맞지 않은 것이다. 또 유황을 물속에 넣어도 물이 뜨거워지지 않으니 유황의 학설도 역시 맞다고 할 수 없다. 내(성현) 생각에는 탕천은 하늘과 땅 사이에 자연히 따로 한 종류가 되어 있어 본래 그러한 성질을 받은 것뿐이지, 반드시 땅의 성질이나 유황으로 인해 따뜻해진 것이 아니다.

지금의 우리 나라는 육도(六道)마다 모두 온정(溫井)이 있으나, 경기(京畿)ㆍ전라도(全羅道)만 없다. 옛 책에 이르기를 “수주(樹州)에 온천이 있다”했는데, 수주는 곧 지금의 경기도 부평부(富平府)이다. 조정에서 사람을 보내어 답사하였으나 그 근원을 얻지 못했으니, 옛 책에 잘못 기재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싫어하여 그 줄기를 막아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충청도(忠淸道) 충주(忠州) 안부역(安富驛:현재의 수안보) 큰 길가에 온천이 있는데, 샘물이 미지근하고 별로 뜨겁지 않다. 온양(溫陽) 온천은 꼭 알맞게 따뜻해 조선시대 세종(世宗)과 세조(世祖)께서 친히 여러 번 임행(臨幸)했고, 그 뒤에 정희왕후(貞熹王后:세조의 비 윤씨)도 갔었는데 행궁(行宮)에서 세상을 떠났다. 청주(淸州)에는 초수(椒水:현재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가 있는데, 물은 따뜻하지 않으나 그 냄새가 후추와 같았는데 사람들은 이 물로 씻으면 안질(眼疾:눈병)이 잘 낫는다고 했다. 세종께서 친히 임행했고, 그 뒤에 세조께서 속리산 복천사(福泉寺)에 가면서 이 곳을 지나다가 머물렀다.

위의 글에서 성현은 당자서가 말한 온천의 형성과정에 대해 지표의 온도 영향인지 온천수에 용존(溶存)되어 있는 화학 성분인지 판단을 위해 유황 실험을 한다. 염주(炎州)는 지방 행정구역인 주(州)라기 보다 대륙이나 섬의 뜻을 지닌 염주(炎洲)일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 때 동방삭(東方朔)이 지은 ‘해내십주기(海內十洲記)’에 따르면 ‘염주는 남쪽 바다 중에 있으니 지방이 2천리이며, 북안(北岸:강이나 바다의 북쪽가)에서 거리가 9만리’라고 되어 있는 실제의 지명이 아닌 고대 전설에 신선이 산다는 10개 섬 중의 하나로 불에 넣어도 타지 않는 화완포(火浣布:석면으로 만든, 불에 타지 아니하는 직물)가 나온다고 한다.

이 달 말에 초정문화공원 일원에서 11회 초정약수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형식적인 프로그램보다 마음껏 시음할 수 있는 약수 물 관리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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