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국민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투표가 77.2%를 넘어 지난 대선에 비해 1.4%p가 높았다. 탄핵국면 속에서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에 대한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오후 8시까지 진행된 투표가 마무리되고 지상파 출구조사에서 41.4%를 얻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후 10시 현재 당선 유력한 상황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촛불시민혁명의 힘으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라는 역사적인 정권교체는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문 후보가 10일 새벽 대통령으로 확정된다면 인수위원회 구성 절차 없이 곧바로 청와대로 들어가 업무를 시작한다는 것이 이번 대선의 특징이다. 전직 대통령의 파면사태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새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라는 준비절차 없이 당선 확정과 함께 곧바로 국정의 키를 잡아야 한다.

이러한 인수위 없는 정부 출범은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정부 초기에 혼란이 예상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수위과정에서 겪는 여러 인사의 갈등과정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측면도 있다. 대통령직 보궐선거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완벽한 인사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은 국정운영과 대통령직 인수가 함께 일어나는 과정에서 최적화된 전략으로 짜주기를 주문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새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에 비해 여러 가지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새 대통령의 자리가 고난의 자리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전직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 세력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공정한 재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국민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국민 대 통합형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세월호 사태 등 박근혜 정권의 실정과 부정부패 등 여러 국가적 커다란 위기들을 지혜롭게 수습하는 것도 급선무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졸속으로 진행된 사드배치 문제도 새 정부에서 새롭게 논의 돼야할 중요한 이슈이며 경기회복과 서민경제 안정, 청년 일자리, 한반도 평화와 북한과의 관계 개선 등 숱한 현실적인 과제들이 새 정부의 짐으로 지워져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과제가 많은 만큼 국민들도 여유를 갖고 새 정부의 역할에 대해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여소야대 형식의 정권교체라는 특수 상황에서 저항세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1천만 이상의 국민이 거리에 나와 평화적인 촛불시민혁명으로 만들어진 ‘촛불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향후 정책을 펴가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국민의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국민과 대통령이 소통하며 서로 믿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혼란스러웠던 국가가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본다.

새 정부는 정책을 구상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늘 촛불시민혁명에 의한 대통령이라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 후보가 촛불광장에서 약속한 재벌·검찰개혁을 이루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해묵은 적폐청산에 대한 약속을 반듯이 이행하려는 노력만이 국민을 대통령 편으로 만들 수 있음이다. 이번 대선은 우리 국민 모두가 대의 민주주의 주권 국민으로서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만큼 새 정부와 대통령 역시 후대에 기리 전해질 한 차원 격상된 정부·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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