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거예요!”

“장사도 사람 마음을 읽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물건만 쫓아다니면 백날 장사해야 빠꼼이 장사꾼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들은 소금 값이 오른다고 하니 당장 필요도 없으면서 더 오를 것을 대비해 쟁여놓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할 것 아니겠느냐? 한양에서 시작된 그런 소문이 여기까지 내려온 거지. 벌써부터 충주와 인근 향시 장사꾼들은 소금을 구하려고 혈안이 되어있지. 당장 소용가치 여부를 떠나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당연히 물건 값은 치솟지 않겠느냐? 마 선주 소금을 전매한 것은 가을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 당장 팔아넘기기 위해서란다.”

“이문이 남는 것은 확실한가요?”

“그야 모르지. 하루아침에 사람들 마음이 바뀌어 사주지 않으면 손해를 봐야지, 어찌하겠느냐? 그렇지만 아직도 사람들 기억에는 봄 때 소금이 비싸 애를 먹었던 기억으로 미리 사두려는 심리가 많으니 값이 내리지는 않겠지.”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요?”

청풍에서 정해진 집에서 주문을 받아 장사만 했던 풍원이는 수효를 예측할 수도 없는 장사를 느낌만 가지고 결정하는 윤 객주가 너무나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장사가 그런 거지. 하는 것마다 다 잘되면 누군들 못하겠냐. 나도 처음 시작했던 젊은 시절에는 수없이 고랑탱이를 먹었지만, 이젠 오랫동안 쌓인 경험을 바탕삼아 하는 것이니 크게 엇나가지는 않지. 경우에 따라 잘못 되도 수습할 방안도 있고.”

풍원이는 윤 객주의 장사 방법이 불안하면서도 그 수완이 정말 부러웠다. 그리고 그 비법을 배우고 싶었다.

“아저씨, 한 가지만 더 여쭤도 될는지요?”

“또 뭐가 궁금하더냐?”

“아까 마 선주의 물산 대금으로 준 석청 말입니다. 그렇게 귀한 것이라면 아저씨가 직접 팔면 훨씬 더 많은 이문이 남는 것 아닌가요?”

“허허! 그놈 욕심도 참 많다. 세상 물건을 네 혼자 모두 팔고 살 거냐? 물건에도 파는 사람, 사는 사람, 임자가 따로 있는 법이다.”  

“물건에 임자가 따로 있다니요?”

“한양 같은 넓은 바닥이라면 몰라도 충주 같은 작은 고을에서 그런 귀한 것을 먹을 사람이 있겠느냐. 마 선주처럼 한양에 기반이 있는 사람은 석청을 먹을 만한 고관대작들과 친분이 있어 거래가 가능하겠지만, 나처럼 평생을 시골바닥에서 쫌팽이 장사를 한 사람이 그런 사람을 만나볼 수나 있겠느냐? 그러니 물건 임자가 따로 있다는 말이다.”

“아침나절에 수백 냥씩 거래하는 아저씨가 쫌팽이 장사라면 큰 장사꾼은 얼마나 많은 물산을 거래하는가요?”

“수만 냥? 수십 만 냥?”

“예-에.”

풍원이는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깟 것을 가지고 뭘 놀라느냐? 한양에는 그보다 더 큰 거상들이 수두룩할 터에.”

“그런 거상들이 수두룩하다고요?”

“한양 뿐 만이겠느냐? 팔도의 큰 고을과 포구에는 그런 거상들이 셀 수도 없이 많을 게다.”

“그런 거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장사에 장 자도 모르는 녀석이 꿈이 크구나.”

“전 꼭 그런 거상이 될 겁니다!”

풍원이가 이를 응시 물며 말했다.

“그래, 어떻게 그런 거상이 되려느냐?”

윤 객주가 물었다.

“…….”

윤 객주의 물음에 풍원이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돈을 많이 버는 거상이 되고 싶은 의욕만 있을 뿐 아직은 어떻게 해야 할는지 구체적인 방법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풍원이 얼굴에서는 굳은 의지가 넘쳐흘렀다.

“하기야 꿈이 있다면 뭐라도 이루지. 모든 시작이 거기부터 아니겠느냐?”

윤 객주가 풍원이의 의기어린 표정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 제게 장사를 가르쳐주세요!”

풍원이가 윤 객주에게 매달렸다.

“네 이름이 뭐더냐?”

만난 지 이틀만에야 윤 객주가 이름을 물었다.

“풍원이라고 합니다요.”

“삼년상 치르고 나서 누가 죽었느냐고 묻는다더니, 이제야 네 이름을 알았구나. 그래 돈을 벌고 싶다고?”

“예!”

“그렇다면 내 밑에 와 일을 배워보겠느냐?”

“예에-?”

풍원이는 생각지도 못했던 윤 객주의 허락이 믿어지지 않았다. 윤 객주를 따라다니며 풍원이는 그가 너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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