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뭔가 이상하네요?”

“뭐가?”

“아까 마 선주라는 분이 가을에 소금 값이 오를 거라고 했을 때 아저씨도 맞장구를 치지 않았나요?”

“그랬지! 그게 뭐가 이상하냐?”

“그런데 지금은 가을에 소금 값이 폭락할 거라고 말씀하고 계시잖아요?”

“그럼 흥정을 하는데 첨부터 상대 말을 쓰다하면 거래가 되겠느냐? 그러면 되던 일도 어그러진다. 일단 맞든 그르든 상대 말을 들어줘야 그 사람도 호의를 가지고 나를 대할 것이 아니냐. 왜 돈도 안 들어가는 말 한마디로 적을 만드느냐? 장사든 뭐든 내 편으로 만들려면 일단 상대편 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장사의 기본이다!”

“그래도 또 이해 못할 일이 있습니다!”

“뭐냐?”

“올 가을에 소금 값이 폭락할 거라면서 마 선주의 소금은 왜 사들인 것인가요?”

“올 가을에는 소금 값이 꼭 폭락한다!”

“그러니까요. 번연이 떨어질 것을 알면서 어째?”

풍원이는 도무지 윤 객주의 속을 알 수가 없었다.

“소금에는 화염과 토염이 있다. 이 둘을 흔히 자염, 소금이라고 하지.”

“자염이고, 화염이고, 토염이고 왜 사셨나요?”

풍원이는 소금의 종류고 뭐고 윤 객주가 소금 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슨 이유로 소금을 사들였는지, 그 까닭이 궁금했다.

“이 녀석아! 걷지도 못 하는 놈이 뛰려고만 하니 될 일이더냐? 소금장사를 하려면 소금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종류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것부터 알아야 사던지 팔던지 할 게 아니냐?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 꿰맬 수는 없지 않느냐?”

윤 객주가 마음만 급해 그저 서두르는 풍원이를 나무랐다. 윤 객주가 소금에 대해 하나하나 알려주기 시작했다.

소금은 주로 황해와 남쪽바다에서 생산되어 팔도에 공급되었다. 소금을 자염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바닷물을 끓여서 만든다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자염은 화염과 토염으로 나뉘는데 만드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화염은 바닷물을 가마솥에 끓여 수분을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주로 갯벌이 없는 바닷가에서 이용한다. 토렴은 바닷가의 갯벌을 갈아 바닷물을 길어다 부어 증발시키는 작업을 반복해 소금기가 짙어진 흙을 가마솥에 넣고 끓이는 방식이다. 토렴은 품을 줄일 수 있어 한꺼번에 많은 양을 생산을 할 수 있으며, 주로 갯벌이 넓은 황해에서 이용한다.

“알겠느냐?”

윤 객주가 설명을 마치고 물었다.

“그것과 소금을 사들인 것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답답한 놈! 올해는 봄부터 이제껏 흐리고 비가 내렸으니 갯벌을 갈아 만드는 토염이 제대로 생산되었겠느냐. 그러니 소량으로 생산되는 화염에만 의존하니 소금이 딸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 물건은 딸리고 올 봄 장 철에 소금 수요는 늘어나니 값이 껑충 올랐을 것은 정한 이치 아니겠느냐. 사람들은 봄철 소금 값 여파가 가을까지 미칠까 걱정이 되어 벌써부터 걱정을 해서 미리 사두려고 하니까 금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지. 그래도 아직 내가 왜 소금을 샀는지 모르겠느냐?”

“예.”

점점 알 수 없는 이야기만 하며 되묻는 윤 객주에게 기가 꺾여 풍원이는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풀 죽은 풍원이를 보며 윤 객주가 빙긋이 웃었다.

“이 녀석아, 나는 평생을 배운 거다. 그런 것을 하루아침에 알려고 하면 그게 도둑놈 심보가 아니고 무어겠느냐. 잘 들어 보거라! 조선에서 가장 큰 시장이 한양이다. 그런 한양에서 정말로 소금이 딸린다면 거기서 다 팔아버리고 말지, 하릴없어 비싼 품을 들여가면서까지 마 선주가 충주까지 배로 싣고 왔겠느냐? 한양에서는 이미 수요가 끝난 게여. 그리고 올 가을에는 염전에 대풍이 들것이다. 올처럼 이른 장마로 시작한 해는 반드시 늦더위가 가을까지 기승을 부릴거구먼. 마빡이 벗겨지도록 햇볕이 내리쏟아질 것이야. 그렇게 되면 당연히 토염 풍년이 들지 않겠느냐? 소금 농사를 짓는 염부들 또한 봄에 소금이 딸려 재미를 봤으니 기를 쓰고 소금을 구어 낼 것 아니냐? 날씨도 좋고 염부들도 죽어라 일을 하면 당연히 소금은 많이 생산되겠지. 수십 년 동안 소금장수를 한 마 선주가 그걸 모를 리 있겠느냐? 너는, 내가 그것을 알면서도 마 선주로부터 소금을 사들인 까닭이 궁금한 것이지?”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