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를 꼭 하루 남겨 놓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도록 한 촛불시민혁명 덕분에 어느 때 보다 투표 열기가 높다. 지난 4일과 5일 치러진 사전투표가 유권자의 4분의 1일인 26%를 상회하는 투표율을 보였다. 정식 선거일인 9일 역시 역대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정당의 득표 전략과정에서 막판까지 어떤 변수가 작용할지 여러 예측이 나왔지만 현재로서는 큰 변수가 발생할 조짐이 없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이 여전히 안보와 북풍몰이를 내던져 놓고 번번이 진보세력에 대한 표심 흔들기를 시도했지만 국민의 정치적 관심과 시대의 변화는 더 이상 일방적인 북풍공작은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일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제외한 3당이 단일화할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이 역시 투표 하루를 남겨 놓은 시점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 단지 바른정당 의원들이 한국당과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고 이것이 관철되지 않자 분당 99일 만에 12명의 의원들이 탈당, 자신들이 뽑아 놓은 유승민 후보를 두고 복당하는 바람에 오히려 유 후보가 새롭게 주목을 받는 역풍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당이 보수 표심을 결집하는데 크게 영향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온갖 가짜뉴스가 SNS상에 홍수처럼 범람하지만 이 역시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져 이전의 선거와 달리 크게 좌우되지 않고 있으며 한 가지 이슈가 장기적으로 오래 가지 않는 인터넷 매체시대의 특징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선거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번 대선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선거 문화가 크게 변화될 것이라고 짐작 할 수 있다. 경쟁자에 대한 흑색선전과 수십년 해묵은 색깔공방의 시대는 가고 진정성 있는 정책과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진심으로 다가가느냐에 따라 표심이 결정되는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아직도 막말과 협박성 발언으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후보가 있다는 게 의아스러울 뿐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대선 토론회장에서나 유세장에서 앞뒤 가리지 않고 막말하는 것으로 보수 유권자들을 결집시킨다고 믿고 있다. 홍 후보는 SBS의 세월호 인양 관련 오보에 대해 유권자에게 사과하고 기사 내린 것을 두고 “내가 집권하면 SBS 8시뉴스를 없애 버리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가 하면 언론이 자신의 뉴스를 다루지 않는다고 입에 담지 못할 막말로 비난하고 있다. 역대에 어떤 후보의 입에서 들어보지 못한 막말들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어떻게 탄핵됐는지 모두 지켜본 국민들이 일부 홍 후보의 이 같은 막말 발언들을 경청하며 박수치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유권자 층을 반영하는 것이겠지만 홍 후보의 막말과 그를 닮은 정책들은 우리나라의 국격을 무너트리며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하게 하는 일들이다.

홍 후보의 막말과 언론을 향한 협박들은 대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이며 시대의 변화를 외면하는 일이다. 하루 남은 선거유세장에서 더 이상 홍 후보의 무지막지한 막말이 나오지 않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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