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객주 이야기에 마 선주도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었다. “윤 객주 말이 곧 신용이니 물건은 보지 않아도 잘 알겠네. 그런데 그 석청은 어디서 땄다고 하던가?”

“저기 대미산 골짜기 용하에 사는 심마니가 땄다는데 한 번도 손을 탄 적이 없는 수십 길 벼랑이래. 그 사람 얘기로는 자기도 평생을 산에 살며 온갖 것을 채취했지만 이번 석청은 백년이 됐는지 이백년이 됐는지 그 햇수를 알 수가 없다는구먼!”

“용하라면 산삼 약효가 좋기로 한양까지 소문이 난 심마니들이 득실거리는 데 아닌가? 그런데 어째 그동안 사람 손을 타지 않고 그래 오래 묵을 수 있었는가?”

“그러기에 물건에도 따는 사람, 사는 사람, 먹는 사람 다 주인이 따로 있는 것 아닌가? 다른 물건도 그렇지만 이 석청은 자네가 주인일 것 같아 꽁꽁 묻어둔 것이네. 마 선주, 결정만 남았네! 어찌할 텐가?”

윤 객주가 마 선주를 재촉했다.

“물건은 탐이 나는데, 값이 그래서…….”

“값이야 흥정하면 될 일 아닌가?”

“윤 객주, 소금 값도 많이 올랐어. 지난 가을 성수기 때도 두 냥 하던 것이 비수기인데도 벌써 석 냥까지 올라갔구먼. 이대로라면 김장때는 어찌 될 지 알 수가 없어. 그래도 뱃꾼들하고 내 품값만 얹어서 줌세. 한 섬에 석 냥씩 해서 쉰 섬이니, 일백 오십 냥하고, 거기에 일할 닷 푼을 하면 전부 일백 칠십 서 냥 오십 전인데 자투리 잘라서 일백 칠십 냥 내게. 더 이상 깍지 말게!”

마 선주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좋네! 월악산 송계와 용하계곡에서 딴 송심, 관 당 두 냥씩 백 냥, 수달피는 장 당 네 푼해서 스무 냥 하면 모두 일백 스무 냥이지? 나머지 쉰 냥은 석청 열 근으로 하세.”

“아무리 귀한 석청이라 해도, 석청 근에 닷 냥이면 과하지 않은가? 지금 충주장에선 어떻게 금이 매겨져 있는가?”

“어차피 정해진 금이 없는 귀한 물건인데 금은 뭣 하려 묻는가. 실물을 보면 마 선주도 군침을 흘릴걸? 없는 백성이야 근에 한 푼인들 사먹겠는가? 어차피 금이 상관없는 부자와 양반들 물건 아닌가. 워낙에 상질이라 임자 만나면 부르는 게 금 아니겠는가. 충주서는 바닥이 좁아 임자 구하기가 힘들지만, 한양에서는 마 선주 수완이면 열 배는 불릴 수 있을 걸세! 그리고 상품 베 한 동을 덤으로 얹어줌세! 마 선주, 어떤가, 이 정도면 서운하지 않지?”

“고맙네. 나도 북어 열 쾌를 덤으로 주겠네!”

윤 객주와 마 선주가 서로 만면에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흥정을 마쳤다.

풍원이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흥정을 보면서도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놀란 것은 거래되는 물량과 돈이었다. 풍원이가 두 해 동안 채마전을 하며 만지던 돈은 저들에 비하면 잔돈푼도 되지 못했다. 풍원이는 덕구에게 채마전을 넘기며 받은 쌀 서른 석도 엄청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윤 객주와 마 선주는 그 몇 배나 되는 돈을 식전 댓바람부터 순식간에 주고받는 것이었다. 풍원이도 저런 장사를 하고 싶었다.

“뭘 좀 알겠느냐?”

흥정이 끝나자 윤 객주가 풍원이에게 물었다. “저는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구먼요. 그런데 한 가지 장사가 남아야 하는 것인데, 마 선주가 부르던 이문의 반을 깎았는데 그가 손해를 본 것은 아닌지요?”

윤 객주가 풍원이의 말을 듣자 피식 웃었다.

“마 선주가 가지고 온 소금은 이미 작년에 잡아놓은 소금일 테니 한 섬에 석 냥이라고 해도 이미 그 안에 이문이 붙어있고, 거기에다 보태서 이문을 붙였으니 반을 깎은들 손해라 할  수 있겠느냐?”

“그걸 알면서 객주 어르신께서는 왜 그 물건을 사셨는지요?”

“이문만 생긴다면 알고도 서로 속아주는 것이 장사니라.”

“이문이 생기는 것을 어찌 미리 알 수 있나요? 그건 팔아봐야 아는 것 아닌가요?”

풍원이는 팔아보지도 않고 어떻게 이문이 남을 것이란 것을 알 수 있는지 궁금하기만 했다.

“물건만 보면 그건 빠꼼이 장사꾼 밖에 되지 않는다. 정말 큰 장사꾼은 세상이 흘러가는 이치를 봐야한다.”

“어떻게 하면 그런 이치를 볼 수 있는가요?”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더냐? 앞으로 살 길이 창창한 녀석이 뭐가 그리 급하더냐. 내 얘기를 잘 들어 보거라! 지금 소금이 딸리는 것 같지만 그건 사람들 생각일 뿐이다. 일 년 중 소금이 가장 많이 소비되는 때가 봄 장 담그는 철과 가을 김장철이다. 그런데 장 철은 이미 지났고, 이제 가을까지는 큰 수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올 가을에는 십중팔구 소금값이 폭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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