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철이 많이 이른데 소금을 어째 그리 많이 싣고 왔는가?”

“윤 객주, 머잖아 소금 값이 다락 같이 오를 걸세!”

“하기야 봄부터 하루해 보기가 이별한 임 낯짝보기보다 힘드니 염전에서 소금인들 구워졌겠나?”

“한양에서는 벌써부터 소금 값이 들먹거리고 있어.”

“큰일이구먼. 이러다 가을 되면 소금 값이 금값이 될 텐데.”

“벌써부터 이렇게 들썩이는데, 분명 가을이 되면 물건이 달려 금이 폭등할걸세. 지금 들여놓으면 몇 곱절은 거뜬할 걸세. 어떻할 텐가?”

마 선주가 윤 객주의 표정을 스치듯 살피며 의향을 물었다. “암만 그래도 금이 맞어야지.”

윤 객주도 별 관심이 없다는 듯 짐짓 딴전을 피우며 말했다. 가을이 되면 소금 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민기적거리는 윤 객주의 속내를 풍원이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겨우내 신세진 것도 있고 하니 헐하게 줌세.” 마 선주는 지난 늦가을에 강을 올라왔다가 물건 처분이 늦어지는 바람에 뱃길이 막혀 겨우내 윤 객주네 집에서 신세를 졌었다.

“목계에서 객주들이 쇠파리 달려들 듯 하는 것을 자네 생각해서 가지고 올라왔구먼.”    “그건 고마운데…….”

윤 객주가 뜸을 들였다.

“요새 너무들 사는 것이 힘들어서 소금인들 팔리겠는가?”

“사는 게 힘들다고 소금을 안 먹을 수야 있겠는가?”

“그야 그렇지만. 이런 시골에선 맨날 하루 한 끼 죽 먹는 것조차 힘든 사람들만 부지기수니 소금도 아껴먹을 판이네.”

“충주 같은 큰 고을에서 그깟 소금 쉰 섬을 못 팔겠는가?”

“나만 소금을 파는가? 금이 치솟든 곤두박질을 치든 아무 상관도 없는 양반집이나 부잣집을 단골로 잡아야 하는 데 그런 집들은 경상들이 독점하고, 나 같은 좀팽이 장사한테는 차지도 안 온다네. 그러니 그 소금을 다 팔려면 가을 김장때나 돼야 좀 나갈 텐데 그때까지 소금에다 쟁여놓을 돈도 없고…….”

“왜 이러시나, 윤 객주! 윤왕구하면 충주에서 제일가는 알부자로 한양까지 뜨르르하게  소문이 났는데.”

“그까짓 소문만 무성하면 뭐하겠는가? 실속이 있어야지.”

“큰 물건은 다 도거리하면서 뭘 그러는가?”

“글쎄, 그게 뭔 소용인가? 내 입으로 들어오는 게 제일이지!”

“알았네, 알았어! 하도 죽는 소리를 하니 내 원전에다 삼할만 붙임세?”

마 선주가 먼저 흥정을 걸었다.

“원전이 얼만가?”

“섬당 석 냥 주었네.”

“마 선주! 아무리 소금이 품귀라고 해도 장 담는 철도 지났고, 이제 소금이 나가려면 가을까지는 기다려야하는데 이런 비수기에 삼 할이라면 그건 과한데……. 차라리 소경 눈탱이를 치게나!”

“김장철이 되면 최소 서너 배는 뛸 걸세!”

“생일상 얻어먹으려고 보름을 굶다 생일날 아침에 굶어죽는 격이네. 하루해가 여삼춘데 언제 가을까지 기다리나?”

“하여간 윤 객주 죽는 소리는 알아줘야 해. 그럼 이할 닷 푼은 어떤가?”

“삼 할로 높여놓고 닷 푼을 내리면 눈 가리고 아옹이지, 그게 흥정을 하겠다는 겐가?”

“여기서 더 내리면 평시 소금값과 진배없네. 금이 올라 비싸게 산데다 선원들 품삯에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먹고 잔 용전을 따지면 나도 별 재미없네.”

“그러지 말고 일할 오 푼으로 허세!”

“그건 너무 박해서 내가 너무 서운하지.”

마 선주가 정색을 했다.

“대신 현물로 서운하지 않게 쳐주겠네.”

마선주가 뜸을 들이자 이번에는 윤 객주가 흥정을 걸었다.

“현물은 뭔가?”

“피륙 네 동, 송심 오십 관, 수달피 오백 장, 석청 열 관이네.”

“지금 한양에는 대동베가 쏟아져 나와 지천이니 베는 그만두고, 나머지 물건들 상태는 어떤가?”

“나와 한두 번 거래하는가? 물어보나마나 최상품이지. 여름 송심이 산삼보다 귀하다는 건 자네도 잘 알테고, 정말 좋은 건 석청이여, 나도 이제껏 그렇게 질 좋은 석청은 본 적이 없구먼. 얼마나 오래 묵었는지 숫제 색이 시커멓고 숟가락이 들어가지를 않어. 수달피도 가을 가죽이라 윤기가 좔좔 흐르고, 손질도 버들골 순노가 했는데 근방 백정 중 가죽 다듬는 칼질 솜씨는 최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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