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아침 일찍 서둘러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승객 대부분은 학생이었다. 그것도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의 학생들이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밝은 웃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학생들의 얼굴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좀 피곤하다거나, 긴장되어 있다거나 할까 하는 그런 표정. 순간 ‘그래 오늘이 중간고사 일이지!’ 필자는 학생들의 굳은 표정의 원인을 알 것 같았다.

버스를 내려 총총 걸음으로 학교를 향해 달음질해 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학창시절을 지내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평가이다. 그런데 그 평가를 학생들이 좀 더 편안하고 즐겁게 받아들이게 할 방법은 없을까?

사실 학교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를 쓴다. 최근 들어 예체능 교과의 경우에는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처리하는 과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존중하면서도 과정중심의 효율적인 평가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 학기마다 체육교과를 반드시 이수하도록 한 것 역시 매우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을 하면서 심신을 단련하고 학업으로 쌓인 스트레스도 많이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장성한 필자의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등교 전에 비가 내리는 날이면 얼굴을 찡그리던 일이 생각난다. 비가 오면 운동장에서 마음껏 뛸 수 있는 체육수업이 교실수업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남학생들에게 체육수업 특히 운동장에서 하는 수업은 어떤 다른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즐겁고 유용한 시간일 것이다. 열심히 뛰고 달리다 보면 평가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체육시간이 즐거운 이유 중의 하나이리라.

올해부터는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의 경우에는 평가의 횟수 등은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수시 대학 입시와 관련하여 3학년 2학기의 경우에 기초영역과 탐구영역의 교과라도 1회의 지필평가만으로도 성적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 고3 학생들에게 중간고사를 치루어내야만 하는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라고 일선 교육현장에서 반기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3학년 2학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학기에서는 기초 교과 영역에 속하는 국어, 영어, 수학이나 탐구 교과 영역에 속하는 사회, 과학 그리고 생활 교양 영역의 일부 교과의 경우에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를 치러야 하는데 학생들의 시험 스트레스도 이들 교과를 이수하기 위해서는 학기당 2회에 걸치는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원인이 있다고 보인다. 객관식 문항과 서술형 문항이 골고루 주어지는 이들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 학생들은 정말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다. 단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공부한다. 어렵게 공부하고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어차피 치러야만 할 과정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싸워보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지나간 것은 털어내 버리자!’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소극적으로 당하는 것보다는 훨씬 마음도 가볍고 결과도 좋지 않을까? 어차피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지 않은가? 학창시절에도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어디선가 학생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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