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강따라 들따라 피리불며 봄길 걷다

▲ ‘강따라 들따라 피리불며 봄길 걷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버들피리를 힘차게 불어보고 있다.
▲ 미호천 정북동 토성에서 염우 관장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버들피리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4월 세 번째 주말, ‘자연아 놀자’ 두 번째 프로그램이 열렸다. 이번에는 무심천과 미호천, 까치내들 등 에코콤플렉스의 주변 환경을 대상이었다. 이곳은 몇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입지적 특징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첫째, 무심천과 미호천이 만나는 합수부로 청주시 생태축의 중심이다. 둘째, 과거 청주시와 청원군의 경계로 도시와 농촌, 생태와 문화가 연결되는 융합의 공간이다. 셋째, 청주국제공항과 KTX세종역이 3순환도로로 연결되는 새로운 관문이다. 이곳에 초록 희망을 상징하는 에코콤플렉스가 조성되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무심천과 미호천을 경유하여 정북동토성까지 들길과 강길을 걸으며 봄을 느끼며 생태와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다. 생생한 체험을 위해 감수해야 할 것, 그곳으로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진을 계획할 필요는 없다. 그냥 ‘가다 쉬다 보다 놀다’를 몇 차례 반복하면 된다. 들러야 할 곳을 정하고, 그 곳에서 할 일을 정하는 것이 프로그램이다. 거리는 3㎞, 12가지의 과제를 정했다.

일기예보와 달리 날씨는 화창했다. 우선 들길을 걸어 무심천에 가야 한다. 첫 번째 과제 씨앗동요를 함께 부르며 출발~! ‘씨, 씨, 씨를 뿌리고, 꼭 꼭 물을 주었죠. 하룻밤 이틀 밤 어어어 뽀드득 뽀드득 싹이 났어요~’ 들길 옆에 꽃다지와 냉이 꽃 무리들이 한창이다. 여덟번째 과제를 미리 살펴본다. 꽃은 닮았으나 씨방이 다르다. 냉이는 역삼각형(하트), 꽃다지는 타원형이다. 곧 3순환도로 굴다리에 이르렀다. 두 번째 과제, ‘와~’ 함성을 지르며 굴다리를 통과했다. 어떤 아이는 벌써 부터 아빠 목말을 탔다. 벚꽃과 개나리 꽃는 이미 지고 있었다. 막 떨어진 노란 꽃을 주워 휙 날리니 뺑그르르 별처럼 돌면서 떨어졌다.

무심천에 도착했다. 둔치에 이르자 먼저 우리를 맞은 것은 민들레다. 진노랑꽃 서양민들레 사이에 연노랑꽃 토종민들레가 섞여 자라고 있다. 서양민들레는 꽃받침이 아래로 젖혀져 있는 반면 토종민들레는 바짝 붙어 꽃잎을 잘 받치고 있다. 보행교 중간에서 무심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청주의 젖줄, 생물들에게는 서식지, 사람들에게는 휴식처가 되는 소중한 하천이다. ‘무심천아 안녕~’ 인사를 나누고 길을 재촉한다. 보행교 건너서는 미호천 합수부까지 호안을 따라 걷는 둔치길이다. 파크골프장과 자전거도로를 제외하면 갈대와 갯버들, 자연호안과 하중도가 어우러진 전형적인 자연하천의 모습을 회복하고 있다. 미호천 합수부는 달력 사진 못지않은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네 번째 과제, 버들피리 만들기다. 매끈한 가지를 골라 자르고, 껍질을 비틀어 줄기와 분리시킨 다음, 적당한 크기로 잘라 피리를 만든다. 어릴적 ‘호드기’라 불렀던 기억이 새롭다. 피리를 만들고 난 잔가지들은 삽목을 해 준다. 하천에서 버드나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도 빠트리지 않고 이야기해 준다.

이제 토성을 향한다. 미호천 제방을 따라 상류 쪽으로 올라가야 하다. 다섯 번째 과제, 지난해 피었던 갈대를 잘라 깃발을 든다. 여럿이 드니 볼만하다. 제방의 넓은 사면에는 쇠뜨기가 널려 피었다. 쇠뜨기는 봄에 서로 모양이 다른 두 가지 줄기가 올라온다. 뱀 모양의 생식줄기와 솔잎모양의 영양줄기다. 여섯 번째 과제도 무난히 통과. 왼쪽으로 넓은 강, 오른쪽으로 넓은 평야를 보며 걷는다. 일곱 번째 과제는 강 길에 찍혀있는 동물 발자국을 찾는 일이다. 고라니와 너구리다. 일부러 새겨놓은 것은 아닐 텐데, 자연은 스스로 학습도구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여덟 번째는 미리 했고, 아홉 번째 과제 오래된 플라타너스 나무 위의 까치집을 찾는다. 까치내(작천)이라 부르는 이유는 까치가 많았기 때문이라 전해진다. 까치집 바로 옆이 정북통토성이다.

마름모꼴의 정북동토성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풀물이 올라 고분군 터를 찾아온 느낌이다. 토성 모퉁이에서 까치내 들과 토성이야기를 나눈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삼국시대 초기 곡창지대 물류기지 기능을 담당했을 법한 이야기들이 들린다. 상류에 미호종개 발견지가 있고 하류에 소로리 볍씨 출토지가 있는 것으로 볼 때 생명문화도시 청주문명을 상징하는 자연환경이자 문화유산인 것은 분명한 듯하다. 열 번째 과제는 토성의 봄꽃 관찰이다. 광대나물, 양지꽃, 봄맞이꽃, 민들레 등이 곳곳에 피었다. 마지막 과제는 우리 소나무 찾기이다. 십 수 년 전만해도 자연취락이 형성되었던 이곳의 성곽은 숲이었고 성안은 집과 농경지가 들어서 있었다. 문화재 발굴이 본격화 된 후 다섯 그루의 나무가 남았다. 네그루는 잎이 세 개씩 모여 나는 리기다소나무, 한 그루는 입이 두 개씩 모여 나는 토종 소나무(적송)다.

프로그램이 마무리될 무렵, 아이들은 배고파 지치고, 엄마 아빠는 아이들 달래느라 지쳤다. 소감을 물었다. 그래도 힘들지만 좋았다니 다행이다. 청주 시민이라면 한 번 쯤 와봐야 할 곳을 우린 봄나들이 겸 둘러본 셈이다.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염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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