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몽골은 전체 인구가 100만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들보다 인구가 수백 배가 넘는 세계 여러 나라를 무너뜨린 것일까? 1208년 칭기즈칸은 몽골을 통일한지 2년 후에 15만 정예대군을 이끌고 서하(西夏)를 침공했다. 서하 침공은 금(金)나라 정복에 앞서 전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시험무대였다. 초원에서는 말을 타고 바람처럼 자유자재로 쾌속 질주하는 몽골기병이었지만 높은 성벽으로 둘러싼 서하의 요새를 바라보자 어떻게 승부를 결정지어야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서하 또한 처음에는 몽골기병을 우습게 알고 대적했다가 참패하고 말았다. 이에 전력이 불리함을 깨닫고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 틀어박혀 장기전을 펼쳤다. 하지만 칭기즈칸은 이 싸움을 오래 끌 수 없었다. 속전속결로 끝내지 않으면 도리어 상황이 크게 불리할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서하는 아무리 유인책을 써도 개미새끼 한 마리 성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몽골의 기병대가 아무리 용감하다고 하더라도 전혀 쓸모가 없었다. 결국 몽골은 서하에 화친을 제안했다. 이 뜻밖의 제안에 서하는 긴장했다. 몽골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즉각 철수할 것이지만, 만약 거절하면 서하 인근 백성들을 모조리 도살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런데 몽골이 요구 내용은 정말 뜻밖이었다. 고작 고양이 천 마리, 제비 1만 마리를 잡아달라는 것이 전부였다. 서하로서는 당황했다. 마침 포로로 잡혀온 몽골병사가 있어 그를 심문하여 물었다. 몽골병사가 대답했다.

“제비와 고양이는 몽골에서 즐겨먹는 음식으로 아마도 오랜 전투에 지친 병사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이에 서하군은 배꼽을 쥐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 미개한 놈들이라고 한껏 조롱하였다. 그리고 온 성내를 뒤져 고양이와 제비를 원하는 수만큼 채워주었다. 그런데 몽골은 요구 조건을 받자 철수하지 않았다. 곧바로 작전에 돌입했다. 우선 고양이와 제비 꼬리에 기름 먹인 솜을 매달았다. 그리고 불을 붙여 일제히 풀어놓았다. 이들은 꼬리에 불이 붙자 미쳐 날뛰며 원래 자신들이 살던 서하성으로 날아가고 달아났다. 그러자 성안 수십 군데에 불길이 치솟았다. 서하군은 불을 끄기 위해 우왕좌왕하였고, 점점 불길이 크게 일어나자 삽시간에 서하군은 혼란에 빠졌다. 몽골군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을 공격하였다. 서하는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한 순간 무너지고 말았다.

원래 몽골은 최후의 작전으로 화공을 쓰고자 했으나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고심 끝에 귀소본능이 강한 고양이와 제비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더구나 서하에 포로로 잡힌 몽골병사는 철저히 훈련된 간첩이었다. 몽골은 이렇게 서하를 점령한 후에 다시 인구 오천 만의 금나라와 전쟁을 벌여 크게 이겼다. 이는 ‘원사(元史)’에 있는 이야기이다.

기상천외(奇想天外)란 일반사람의 머리로는 도무지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기발하고 엉뚱한 제안이나 방법을 말한다. 오늘날에는 경쟁이 팽팽할 때 상대를 앞지르는 창조적인 전략전술을 의미한다. 선거에서 바른 것으로 수비하고 기이한 것으로 공격하는 것이 그 구체적인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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