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병원 위기 오나] (上) 세종충남대병원 2019년 개원

▲ 고영진기자 충북대학교병원 전경.

청주 시민들 접근성 좋아 개원 반기는 분위기

외형 성장 치중·긴 대기시간 등 환자 불만 고조

 

환자 역외유출 문제 등으로 최근 수년간 해마다 백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외형성장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던 충북대학교병원이 또다른 위기에 맞닿을 운명이다.

청주와 지척인 세종시에 500병상 규모의 세종충남대병원이 당장 2년 후인 2019년 개원을 앞두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도내 남부권 환자들이 이미 대전시에 위치한 충남대학교병원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세종충남대병원이 개원할 경우 청주지역 환자들마저 대거 유출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충청매일은 2회에 걸쳐 충북도내 유일의 3차 의료기관인 충북대학교병원이 처한 상황을 짚어본다.

 

 

세종시 첫 종합병원인 세종충남대병원이 2019년 10월 개원을 목표로 25일 오후 4시 도담동(1-4생활권) 병원 건립 예정지에서 첫 삽을 뜬다. 이 병원은 500병상 규모로 응급의료센터, 심뇌혈관센터, 뇌신경센터 등 11개 특성화센터와 31개 진료과가 개설된다.

세종시민들을 비롯한 청주시민들에게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세종~청주 간 도로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청주시민들까지 세종충남대병원 개원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는 눈치다.

특히 청주 오송, 오창, 가경동 등 흥덕구 주민들을 포함한 청주 서부지역 및 남부지역 주민들의 경우 자동차로 2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여서 반기기까지 하는 분위기다.

26년 전인 1991년 개원, 도내에서 유일한 3차 의료기관인 충북대병원의 의료서비스에 불만을 느낀 시민들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충북도내 유일의 3차 의료기관인 충북대학교병원은 현재 655병상 규모로 하루 평균 약2천500명의 외래환자와 550명의 입원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도내 유일 3차 의료기관인 만큼 모든 지원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만족감보다는 불만을 앞세운다.

말 그대로 모든 지원을 싹쓸이 하고는 있지만 건물만 올리고 주차장만 넓히는 등 정작 내실은 없이 외형만 부풀리는 인상을 받은 도민들도 많다.

지난 21일 충북대병원을 찾은 박모(46·청주시 가경동)씨는 “충북대학교병원을 보면 외형을 키우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며 “10여년 동안 예약시간은 더 길어지고 진료는 더 성의 없어 졌는데 건물만 크게 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종시에 충남대병원이 개원하면 충북대병원을 찾지 않을 계획”이라면서 “집에서 승용차로 20여분 거리에 또 다른 대학병원이 있다면 굳이 충북대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구모(63·청주시 복대동)씨도 “매번 예약을 해도 기본 1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것 같다”면서 “예약을 받지 말든지 환자를 적절하게 받아야 하는데 아픈 사람들을 대기실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즘 서울에 있는 큰 병원의 예약도 며칠 이내에 가능하고, 시간을 맞춰 가면 바로 진료가 가능하다”며 “가까운 곳에 있는 유일한 3차 의료기관이라 찾을 뿐 주변에 동일한 조건의 병원이 있다면 다시 찾을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의 이같은 주장은 국정감사에서도 확인됐다. 실제로 충북대병원은 국립대 병원 중 진료예약 후 대기기간이 가장 긴 것으로 2015년 국감에서 확인됐다.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서울 관악갑)에 따르면 충북대 병원의 진료예약 후 대기기간은 평균 35.4일로 국립대병원 중 가장 길었다.

충북대 병원의 대기기간은 국립대병원의 전체 평균인 16.3일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높았다. 이 같은 문제와 함께 진료 등 불만은 환자역외 유출이라는 큰 문제를 불러왔다.

실제로 청주지역 중증환자 및 암환자 등의 경우 대부분이 서울 또는 대전지역 병원으로 유출되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이 개원할 경우 그나마 충북대병원을 찾던 환자들마저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도 충북의 역외환자 유출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15 지역별 의료이용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지역 환자들이 다른 지역병원을 찾은 비중은 26.1%다.

중증환자, 암환자 등의 역외유출이 많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세종충남대병원이 개원할 경우 충북대병원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현재도 충남대병원, 건양대병원, 을지대병원, 가톨릭대학 대전성모병원 등 대학병원 4곳이 밀집돼 있는 대전이나 단국대병원이 있는 천안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는 환자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청주지역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도내 유일의 3차 의료기관으로 자리잡은 충북대병원이 지역사회에 공헌한 면이 크지만 사실상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운영이었다”면서 “부담이 가지 않는 거리에 동일한 병원이 생겨도 환자가 분산되는데 현재 환자들의 호응이 더 큰 병원에서 최신식 의료기기를 갖춘 채 비슷한 규모로 개원한다면 환자유출은 당연한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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