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두 번째 TV토론회가 진행됐으나, 방법적인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도출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서 향후 방법을 달리 하지 않는다면 토론회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겠다.

KBS에서 진행된 대선후보자 초청 토론회는 19일 밤 10부터 두 시간 가량 ‘스탠딩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초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등이 스탠딩방식을 제안하면서 대선 최초로 도입됐지만 도입을 주장한 정당들이 왜 스탠딩을 고집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비효율적이었다. 우선 미국 등의 대선에서 많이 이용된다는 스탠딩 방식은 원고 없이 두 사람이 서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토론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후보자가 다섯 명인 우리 19대 대선에서는 원고가 없다는 점 외에는 달리 스탠딩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다섯 명이 공평하고 자유롭게 질문을 주고받을 경우 두 시간 중 한사람이 말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5분이다. 카메라는 당연히 말하는 사람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고 무대에서는 다섯 명이 서 있기 때문에 이동하며 자유롭게 토론할 수가 없는 구조다. 마이크가 고정돼 있어 움직이지 않고 선 채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카메라는 주로 상반신에 맞춰져 후보자들은 앉아있는지 서 있는지 구분을 할 수 없었다. 전혀 움직이지 않은 자세로 단지 서 있다는 이유로 19일의 KBS토론을 과연 온전한 ‘스탠딩토론’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 이번 토론이 후보들의 정책토론이 아닌 체력검증시간처럼 비쳐진 이유다. 스탠딩토론을 고집한 바른정당은 자당 경선에서 보여준 토론을 어필하기 위한 것이었고,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공격거리 찾기 일환이었다고 밖에 짐작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토론 진행과정도 문제가 많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문 후보에 대한 질문공세와 문 후보의 답변으로 보냈다. 마치 민주당 외의 정당후보가 단합이라도 한 것처럼 모든 질문공세를 문 후보에 집중해 던지면서 다자 토론이 아닌, 일대 백의 토론과 같았다. 사회자가 나서 이를 제지하거나 균형 있게 분배하지 못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혹은 어느 후보의 정책이 마음에 드는지 평가보다는 토론방식에 대한 문제점으로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내내 피로감에 시달려야 했다. 만약 다음 토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된다면 국민들은 대선토론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다자 토론이 아닌 한사람에게 집중된 일대 백 식의 토론이 되다보니 거론되지 말아야할 단어까지 등장해 오히려 질문을 던진 후보자가 뭇매를 맞는 상황이 벌어졌다. 토론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문 후보에게 “북한이 우리의 주적(主敵)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문 후보는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주적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유 후보는 국방부 백서에 주적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며 끈질기게 문 후보를 몰아 세웠다. 결국 이튿날 국방부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은 2004년 국방백서에서 ‘주적’ 이라는 단어를 삭제한 뒤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유 후보의 실언이었다. 한 후보에 대한 공격이 지나치게 집중되면서 발생한 실언으로 보인다. 적어도 다음 대선 토론회에서는 한 후보에 대한 밀어붙이기식 공격보다는 균형 있고 조화롭게 서로의 정책을 검증하는 진검승부의 토론회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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