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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전 이야기]하늘창 방
류영철 아동문학가
2017년 04월 20일 (목) 16:41:30 충청매일 webmaster@ccdn.co.kr
   

결혼한 아들과 딸의 모든 짐을 빼면 새롭게 단장하려고 오래전부터 계획한 방이 있다. 아내와 나는 이방을 ‘하늘 창 방’이라고 부른다. 3년 전. 이사를 하려고 집을 구하러 다닐 때 이방을 보고 나는 탄성을 질렀다. “야, 이런 멋진 방이 있구나!” 그 후 여러 집을 보고 다녔지만, 이 집이 늘 내 머리에 떠나지 않은 것은 분명 이 하늘 창방 때문일 것이다.

이 방의 지붕은 두꺼운 유리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누워 있으면 밤하늘의 별들이 보이고, 비 내리는 풍경도 보인다. 어디 그뿐인가, 조용한 겨울밤이면 ‘사각사각’ 눈 내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지인들과 차 한 잔을 마시며 수다를 떨어도 좋고, 가만히 혼자서 흔들의자에 앉아 지나간 옛 음악을 들어도 좋은 방이다.

그런데 아내와 내가 욕심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알뜰하여 버리는 것을 싫어해서 그런 것인지 이사할 때마다 짐이 늘어난다. 이사 하던 날,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하늘 창방에 장롱을 두 개 가져다가 아이들 옷으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잡동사니까지 이 방에 밀어 놓으니 아이들은 이 방을 ‘창고 방’이라 불렀다.

“아이들 옷은 언제 다 가져간다고 하오.” “글쎄요. 아직 아무 말이 없네요. 때가 되면 가져가겠지요.” “아니 지혜가 시집 간 지 6개월이 넘었는데 아직도 말이 없다니요?” “글쎄요. 일전에 이야기는 했는데… 정 급하면 당신이 직접 말하면 되지요.”

신혼여행을 하고 온 아들 내외가 오던 날, 딸 내외도 시간을 내어 서울서 왔다. 갑자기 두 사람이 늘어나니 큰 거실이 가득 찬 느낌이 든다. 올 8월에 외손자까지 보게 되면 이 거실이 웃음꽃으로 가득 차리라! “이제 엄마와 나는 인생의 큰 짐을 모두 내려놓았다. 부모님 두 분을 하늘나라로 보내 드렸고, 너희 둘을 결혼시켰으니 내 인생의 큰 대사는 모두 마쳤구나. 그 동안 함께 있으면서 너희는 우리에게 많은 기쁨을 주었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우리에게 그런 기쁨을 주기 바란다. 나는 그것이 바로 ‘효’라고 생각한다.”

다음날 모두 교회를 다녀오자 딸 내외는 서울 갈 채비를 한다. 아내는 언제 만들었는지 갖가지 밑반찬을 정성스럽게 싸서 딸에게 준다. “시집 장가보내 놓으면 편한 줄 알았더니 내가 더 바쁘네요.” “아니 언제까지 당신이 반찬을 해 준단 말이오. 이제는 둘이 해결하라고 해요.”라고 말하자 아내는 입을 삐죽거린다. ‘그래, 엄마의 마음을 이 아버지가 어떻게 알리요.’ 딸 내외가 반찬을 차에 가득 싣고 떠나려 할 때 나는 하늘 창방 짐 생각이 나서 슬며시 물었다. “집에 있는 너의 짐은 언제 다 가져갈 계획이니?” “짐이요? 그냥 거기 두면 안 되나요? 저희 집이 좁아 둘 곳도 만만치 않고… ” “뭐야, 그럼 우리 집은 언제까지 창고요, 너희들의 박물관이 되어야 한단 말이냐?” 나의 볼멘소리에 딸도 미안한지 차 창문을 닫기 무섭게 씽하고 달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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